◆…법무법인 광장 한재경 미국변호사. [사진= 법무법인 광장 제공]
기획재정부는 2020년 7월 22일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서,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포함하는 가상자산 사업자를 원천징수의무자로 하여 가상자산 양도가액의 10%와 양도차익의 20% 중 큰 금액을 원천징수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당초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규정은 2021년 10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국회는 개정규정 적용시기를 2023년 1월 1일부터로 유예하였고, 이어 올해 7월 기획재정부가 해당 규정의 적용시기를 2025년 1월 1일로 한 번 더 유예하였다.
이에 따라, 일부 가상자산 투자자 및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세법상 가상자산 거래소득의 과세 및 원천징수 의무는 해당 규정이 시행된 이후부터 발생하는 것이고, 그 시행 이전에는 과세 및 원천징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조세불복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최근 조세심판원은 위 개정세법 적용 이전의 법인세 및 소득세법 하에서도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에게 발생하는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해 가상자산 거래소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조세심판원 2022.01.18.자 2020서7378 결정)
구체적으로, 조심2020서7378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청구법인은 2017년 9월 중부터 가상자산을 매매할 수 있는 인터넷 거래소를 운영하였다. 해당 거래소는 가입한 회원들로 하여금 가상자산을 거래하도록 하고 이를 매도한 금액을 원화 또는 가상자산으로 출금해주었다. 청구법인에 대한 법인통합조사가 실시된 후, 과세관청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이 가상자산을 거래하여 얻은 이익이 「소득세법」 제119조 제12호 마목 및 「법인세법」 제93조 제10호 바목의 국내원천 기타소득에 해당함에도 청구법인이 이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비거주자 및 외국법인이 청구법인의 거래소에서 출금해간 가상자산 거래차익("쟁점거래차익")에 대하여 기타소득세 원천징수분 및 원천징수납부등불성실가산세와 지급명세서제출불성실가산세를 부과 및 고지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소득세법(2019.12.31. 법률 제1683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9조는 비거주자의 국내원천소득으로 '국내법에 따른 면허ㆍ허가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처분에 따라 설정된 권리와 그 밖에 부동산 외의 국내자산을 양도함으로써 생기는 소득'(제12호 마목) 및 '국내에서 하는 사업이나 국내에서 제공하는 인적용역 또는 국내에 있는 자산과 관련하여 받은 경제적 이익으로 인한 소득'(제12호 카목)을 열거하고 있고, 법인세법 제93조 제10호 바목 및 차목 또한 위와 같은 소득을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세심판원은 가상재산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고 판단하고, 이어 쟁점거래차익이 국내 금융계좌를 통해 원화로만 지급되고 있는 점, 회원들이 청국법인의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가상자산이 청구법인의 책임 하에 관리되고 있는 점, 「소득세법」 제156조 및 「법인세법」 제98조에 비추어 청구법인에 쟁점거래차익에 대한 원천징수의무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을 종합할 때 쟁점거래차익을 국내원천 기타소득으로 보고 청구법인에 쟁점거래차익에 대한 원천징수의무를 과세한 처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조세심판원은 그 동안 가상자산의 성격 및 과세대상 여부 등에 관하여 합의된 해석이 있지 않았고, 가상자산 거래소득에 대한 구체적인 법령 역시 2020년 7월에서야 발표된 점을 고려할 때 청구법인에 쟁점거래차익에 관한 원천징수의무 및 지급명세서제출의무를 기대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보이므로 청구법인에게는 불성실가산세를 감면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가상자산 거래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명시적인 조항이 시행되기 이전에도, 해당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고, 이에 따라 그 소득을 지급하는 내국법인에게 원천징수의무가 있다는 결정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만, 조세심판원이 밝힌 바와 같이 개정세법이 발표되기 전에는 가상자산의 성격 및 과세대상 여부 등에 관하여 합의된 해석이 있지 않았고, 거래소와 같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원천징수의무를 이행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에서 가산세는 면제되었다. 최근 몇 년간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 및 활발한 거래 등으로 인해 상당한 가상자산 거래차익이 발생하였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법원에서는 어떻게 판단할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세심판원 2022.01.18.자 2020서7378 결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