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사업용 특수차는 사고건수 늘어, 교통안전 효과 불명확"
화물연대 "2~3년 시행으로 확인 안돼, 장기적 수치로 판단해야"
품목 확대...국토부 "국민 부담 증가" vs 화물연대 "대형사고 위험 품목"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간 24일 석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화물차가 세워져 있다. 2022.11.24 사진:연합뉴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이틀째 이어지는 가운데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두고 정부와 화물연대 사이에 공방이 오가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의 적정운임을 보장하도록 국토교통부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2020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과속·과적·과로 등 과당경쟁을 막아 사고 위험도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돼 올해 말까지가 일몰 기한이다.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 한해 우선 적용하고 있다.
화물차주로서는 최소한의 운임이 보장되는 셈이어서 과당경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한국교통연구원이 공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컨테이너 차주의 월 평균수입은 2019년 3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373만원(24.3%↑)으로 상승했고 시멘트 차주는 같은 기간 월 201만원에서 424만원(111%↑)으로 늘었다.
◆…자료: 한국교통연구원 제공
월 근로시간 역시 컨테이너 차주는 2019년 292.1시간에서 지난해 276.5시간(5.3%↓)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시멘트 차주도 375.8시간에서 333.2시간(11.3%↓)으로 줄어 근로여건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당초 안전운임제를 교통안전 개선 목적으로 도입했다며 교통안전 개선 효과는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019년 21명 △2020년 25명 △2021년 30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고건수는 △2019년 690건 △2020년엔 674건으로 줄었지만, △2021년엔 745건으로 다시 늘었다.
김수상 국토교통부 교통물류실장은 2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안전운임제를 평가해보니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명확하게 나타났다. 전체 자동차 같은 경우에는 사망자 수나 사고 건수가 감소했는데 사업용 특수차 같은 경우는 오히려 더 증가했다"며 "전반적인 교통안전 효과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일몰 연장을 통해서 조금 더 효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측은 해당 통계 수치에 안전운임제 미적용 대상이 포함돼 있어 정확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연수 화물연대본부 정책기획실장은 24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근거를 제시한 통계는 안전운임 적용 대상이 아닌 화물자동차가 섞여 있는 통계다. 오히려 이런 통계는 이 제도가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쓰일 수 있는 통계"라며 "안전운임 적용 대상이 전체 6%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사고 자체는 굉장히 변수가 있지 않나? 그래서 2~3년 시행해서 통계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고를 유발하는 장시간 노동이라든가 과적이 얼마나 길었는지 이런 수치를 봐야 하고 이런 수치들은 국토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연구 용역에서도 이미 줄고 있다고 얘기가 되고 있다"며 "그런데 이런 통계는 언급하지 않고 통계 대상조차도 적절하지 않은 통계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확대 적용을 요구한 품목과 관련해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 교통물류실장은 "카 캐리어나 철강, 유조차 같은 경우 컨테이너와 시멘트 화물차 안전운임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분들하고 비교해 평균 순수입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품목 확대가 되면 물류비 상승과 소비자인 국민 부담 증가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컨테이너나 시멘트 유형에 비해 운임 선정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 안전운임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서 기존에 있는 품목들의 제도 효과성을 먼저 지켜보고 그 다음에 품목 확대를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박 정책기획실장은 "이번에 새로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철강, 카 캐리어, 탱크, 위험물 운송 같은 경우에 평균 12시간 이상의 과로 노동이 50% 이상이고 16시간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도 있다. 시급으로 환산해 보면 1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최저임금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라며 "사실상 노동 시간 대비 오히려 낮은 운임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확대를 요구하는 품목들은 단순히 소득을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교통사고가 한 번 났을 경우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차들"이라며 "정부는 이런 안전 효과나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한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제로 안전운임제도가 짧게 시행되었지만 장시간 노동이나 과적이 줄었다는 효과가 나오고 있고 심지어 시멘트 화주들조차도 과적을 주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안전운임제도가 도입되는 것이 어느 정도 교통안전 증진에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