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등록제 폐지...시장감시는 사후관리

시장감시, 증권사에 건별 투자내역 요청·확인
 
최종투자자의 투자내역 보고의무 폐지
 
장외거래 허용범위 대폭 확대

송영훈 한국거래소 상무는 28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의 ‘자본시장의 글로벌 정합성 제고를 위한 외국인 투자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도는 사전등록을 의무화해 등록번호를 부여･관리하는 제도로 1992년 외국인에게 국내 상장주식 투자를 허용하면서 도입된 뒤 약 30년간 개선 노력이 없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금감원 사전등록 시 서류부담이 과도하며, 등록번호를 통해 투자자별 투자전략이 실시간 노출될 수 있다는 불편사항을 지속 제기해왔다. 이에 금융위･금감원･거래소･예탁원･금투협･코스콤 등 금융당국 및 유관기관은 지난 6월부터 TF를 통해 이를 해소할 실무안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은 외국인투자자의 사전등록 의무를 폐지하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인 여권번호, 법인 LEI번호로 대체해 투자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시장감시나 무차입공매도를 모니터링하려면 ID 확인이 여전히 필요하지 않냐는 문제 제기에 대해 송 상무는 “실시간으로 할 필요 없이 필요한 경우 사후적 형태로 관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시장감시 목적 등에 필요한 경우에 한해 외국인별 투자 내역을 증권사에 요청할 수 있다”며 “종목별, 국적별 외국인 거래 내역 등은 종전과 같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해 외국인 투자동향 파악 및 취득한도 관리종목(33개) 관리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ID폐지 외에도 통합계좌(옴니버스계좌)와 장외거래에 대한 개선책도 제시됐다.

통합계좌는 글로벌운용사가 다수 투자자의 매매를 한 계좌에서 통합 처리할 목적으로 본인 명의로 개설한 계좌다. 그러나 최종투자자별로 결제 즉시(T+2) 투자내역을 보고하도록 해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2016년 도입 이후 개설사례는 없었다.

금융당국은 최종투자자별 투자내역 보고의무를 폐지하는 대신 증권사가 투자내역을 보관하도록 할 예정이다. 시장감시 등 목적으로 필요할 경우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세부내역을 징구하는 식이다.

장외거래의 경우 수요도 많고 사전심사 필요성이 낮은 거래는 사후신고 대상으로 전환하고, 잘못 신고될 가능성이 낮은 거래는 사후신고 수리절차도 생략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금융당국은 영문공시의 단계적 의무화 및 영문공시 종합지원 방안을 마련해 외국인투자자의 영문정보 접근성을 높일 예정이다.

변중석 UBS 상무는 토론에서 “ID 제도 폐지 및 대체, 보완장치 마련을 통해 외국인투자자의 오랜 불편 해소 및 시장 모니터링 관련 글로벌 스탠다드(국제표준) 정립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우리 증시에 외국인 비중이 큰 만큼 영문공시도 확대하고, 공시의 적시성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오늘 논의된 내용 등을 반영해 자본시장 글로벌 정합성 제고 관련 구체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