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슨 권리로 하라 마라 하냐'는 현장 분노 커져"
국토부와 2차교섭 결렬...'일몰제 폐지·품목확대' 입장 고수
"최인호案(5개 품목 확대)·시행령(추가 품목 확대)가 기본"
"안전운임제 필요성 전제...정부의 진정성·의지 확인할 것"
連 "안전운임, 대기업 화주 책임" vs 與 "안전효과 불분명"
일반근로자 월평균 소득보다 200만원 더 벌지만... "왜곡"
원희룡 "쇠구슬 테러·협박문자 제보하라... 책임 물을 것"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 앞에서 화물연대 노조원이 피켓을 들고 경찰관들과 대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파업)' 일주일째인 1일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굉장히 불합리하다"며 "현재까지는 총파업 투쟁은 계속 가는 것으로 결정돼 있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가 무슨 권리로 업무를 하라 마라 하냐'는 현장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맞서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주장하는 한편, 안전운임은 '대기업 화주'에 지불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이 결렬되자 대표로 참석한 구헌상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실장은 전날 40분 만에 결렬된 국토교통부와의 2차 교섭과 관련해 "화물연대는 진전된 대화를 위해 '협의안'을 갖고 나갔고 그 사실을 밝혔는데, 국토부는 1차 교섭 때와 마찬가지로 '협의가 불가능하다. 국토부는 권한이 없다'고 이야기해서 구체적인 안을 꺼내 보지 못하고 감정만 상한 채로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화물연대가 준비한 협의안에는 일종의 '최저임금제'인 안전운임제의 영구화,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현행 컨테이너, 시멘트 운송에서 철강재, 위험물질, 자동차, 곡물·사료, 택배 지·간선차 등까지로 확대화하는 것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운임제는 어차피 없어질 제도라며 화주와 운송사들이 잘 준수하지 않아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3년 더 연장한다면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일몰제가 폐지돼야 한다"며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案)으로 다섯 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 그리고 시행령으로 더 많은 품목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개인사업자라면 수입을 자유롭게 조정하고 노동조건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화물노동자들은 노동조건과 운임이 대기업 화주들을 중심으로 결정돼 선택할 권리가 전혀 없다"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대기업 화주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일몰 3년 연장을 제안한 배경으로 "안전운임제 도입 취지였던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해 일몰 연장을 통한 추가 검증의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이 1일 오후 인천시 중구 삼표시멘트 인천사업소를 찾아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운영 차질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 업체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수송이 끊기면서 시멘트 제품 제조·포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실장은 또 "화물노동자들이 고소득자라는 주장은 굉장히 왜곡됐다. 14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시급으로 환산하면 1만 원 정도다. 이걸 고소득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시장경제에 맡겨놓았더니 화물노동자들의 운임이 굉장히 밑바닥으로 고착화되는 현상이 일어나 도로의 안전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기준 보수액 및 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소득수준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자동차 운반 화물기사의 '월평균 순소득'은 528만 원, 곡물 운반 화물기사는 525만 원으로 일반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보다 200만 원가량 높았다. 또한, 정부는 2004년 화물운송사업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해 화물차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운송사업자들을 보호해왔다.
박 실장은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거나 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화물연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와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겠다고 한다"며 "정부는 마치 '노동조합은 국민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답을 정해 놓았으니 화물연대는 따르기만 해라'라는 것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이 산업과 현장에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입장이 전제될 것"이고 "일몰제가 안전운임제를 불안정하게 하는 점에 대해 정부가 진정성 있게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서 대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영구화와 품목 확대가 있는 요구안 전반에서 화물연대는 타협의 여지가 있다"는 말과는 달리, 기존 입장을 사실상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찰청은 화물연대 파업 기간인 지난 26일 비노조원 화물차량 2대에 쇠구슬이 날아 들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 화물연대는 운송이행명령에 응해 주시고, 복귀에 협조 바란다. '쇠구슬 테러'나 '협박문자' 발송 등 불법행위는 발견 즉시 고발하겠다. 이미 여러 건의 불법행위가 확인됐고 추적 중에 있다. 화주나 기사님들 중에 협박받은 사실이 있다면, 제 페이스북 메신저로 제보해 주시기 바란다. 국민의 이름으로 끝까지, 그리고 분명히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