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업체, 개인마다 사정 달라... 벌어야 하는 분도 있어"
"2020년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그 자체에 문제 많은 제도"
"정유·일반화물·법인택시 운전자들도 품목확대 요구하면?"
"안운제로 수입 30~40%↑... 논란과 갈등 계속 증폭될 것"
"'집단 운송거부' 반복은 명백히 불법... '무조건 힘' 안 통해"
"업무개시명령, 노무현정부 도입 이후 18년간 위헌제기 無"
"5일 2차 자문단회의... 화물연대도 제도개선 논의 참여하길"
◆…28일 오전 시멘트를 실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가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한일시멘트 단양공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이를 저지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1980년대 노동운동의 상징'이었던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파업)이 9일째를 맞는 2일 "안전운임제 자체가 문제가 많은 제도"라며 "정유, 일반화물, 법인택시도 안전운임제를 요구하면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 운전자들이 지난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로 적어도 수입이 30~40% 올라가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법인택시보다는 (수입이) 낫다. 법인택시는 운전할 사람이 너무 없어서 놀고 있는 택시가 많으니 제일 어렵지 않은가"라며 "계속 논란이 일어나는데 이걸 그대로 가져가면 계속 갈등이 증폭되고 해결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놓고 '정부가 비노조원과 노조원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화물연대 측 주장을 전하는 진행자에게 "사람이 많으면 갈등이 있다. 특히 투쟁과정에 갈등이 많다"며 "전부 화물연대에 소속돼 있지만, 조합의 조직 룰, 업체마다, 개인마다 사정이 다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2억 원 이상 하는 벤츠 트레일러를 뽑았으면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데, 한 달 한 달이 아주 힘든 분들은 빨리 일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다 개인사업자인데 손님을 하나도 안 받으면 할부금을 어떻게 갚는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해소 예산 편성 등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지난 1일 페이스북 글에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를 '민노총의 기획 총파업'이라고 규정한 이유를 "회사마다 다른 일정을 하나로 합쳐서 동시에 하는 게 효과가 크다고 연대 파업이나 총파업을 기획해서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물노동자의 지위는 "개인사업자인 차주가 맞다"며 "자기 차를 가지고 돈을 받고 운송하는 개인택시와 똑같이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개시명령은 위헌 소지가 있고, 국제노동기구(ILO) 규약에 반할 여지가 있지 않으냐'고 묻는 진행자에게 "ILO 규약에 반한 부분이 많이 있지만, ILO 규약대로 되는 나라는 전 세계에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4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4조'에 명시한 업무개시명령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고 18년 동안 한 번도 문제 제기가 없었는데 갑자기 위헌인가"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조합원들이 11월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 차별해소 예산 편성 등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계속 반복되는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는 명백히 불법"이라며 "이런 부분(불법적인 집단 운송거부)에 대해 적용하니까 나오는 위헌 시비는 아마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걸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전 운임제 일몰제를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교섭하기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취지라며 전날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시멘트 운수 종사자 2천500여 명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이 희한한 제도를 도입해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지 않은 책임은 물론 정부에 있지만, 화물운송사업을 하는 차주(화물연대에 소속된 운전자, 운송사업자), 화주(정유사, 시멘트회사 등 화물의 주인),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전 국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안전운임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월요일(5일)에 (교통연구원, 노동연구원 소속) 전문가들을 모시고 2차 자문단 회의를 해서 안전운임제 개선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물연대 측에서도 이런 대화에 참여해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자고 합리적으로 해야지 '무조건 파업부터', '무조건 힘으로'라는 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불법과는 타협이 없다'는 대통령의 이야기는 '불법을 하면 무조건 다 들어주는 건 더 이상 없다는 것 아닌가"라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제도 개선을 논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자리를 하라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