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랠리 올까...경기둔화 우려에 ‘실망할 결심’

美 2024년 금리인하 전망...수요위축 심화 우려
中 봉쇄완화, 내년 3월 전인대 이후 예상
9일 정기국회 종료...금투세 유예 운명은

지난주 파월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적 발언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주가 급등, 달러 약세가 나타났다. 파월은 물가안정을 위해 여전히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지만 시장은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게 적절하다’는 말에 주목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라고 당부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피봇은 인플레이션 고착화, 미-중 갈등과 같은 근원적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시장의 실패와 실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도 “첫 금리인하 시점은 2024년 2분기로 예상한다.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금리인하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내년 2분기 이후 미국 성장률이 완만한 반등을 보이고 인플레이션은 내년 말까지도 물가목표를 웃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파월 발언 이후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회복돼 원/달러 환율 하락, 외국인 투자자 유입으로 연결된 것도 오래 지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강세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환차익 메리트가 줄어 외국인 자금의 순매수는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둔화와 긴축완화의 사이에서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물가는 빠르게 내려오는 와중에 경기는 완만히 둔화되는 구도”라며 “최근 글로벌 증시가 가파른 반등세를 보여온 만큼 이후부터는 물가나 산업지표의 개선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계단식 형태의 경로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통화긴축 부작용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금리인상 횟수가 늘어난다면 높은 최종금리 수준에 따른 수요위축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수요위축에 대응해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고 가계는 소비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피봇인 중국의 방역정책 전환을 전면적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간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근 봉쇄해제 요구 시위가 잇따르자 중국 정부는 방역기조를 제로 코로나(감염억제)에서 리오프닝 전 단계(중증 및 치명률 관리)로 수정했다.

허 연구원은 “최근의 조치는 과도한 봉쇄조치를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했을 뿐, 중국의 코로나 관리능력이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현재보다 진전된 봉쇄완화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이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봉쇄조치 완화는 소비를 중심으로 중국의 경기상황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건은 중증환자 발생 추이와 노년층의 접종률”이라며 “노년층 접종률이 빠르게 높아진다면 내년 하반기 중국의 성장률은 시장 예상을 웃돌 것”이라고 봤다.

한편 우리 증시의 부담 요인 중 하나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꼽힌다. 금투세 2년 유예가 포함된 소득세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있는데 정기국회 종료일은 오는 9일로 사흘 남짓 남았다. 김영환 연구원은 “여야는 6일 조세소위 회의에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본회의 전 여야 합의가 불발될 경우 금투세는 결국 예정대로 내년 첫 거래일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은 연말 양도세 회피 물량과 금투세 이슈가 맞물린 12월 중순 이후 방향성을 보일 것”이라며 “연말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서정훈 연구원은 “코스피 2500선 공방전이 당분간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지만 매크로 여건 개선 기대감도 공존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금리 여파로 낙폭과대가 컸던 대형 성장주와 중국 리오프닝 모멘텀 수혜가 될 국내 소비재와 산업재 등에 순환매 흐름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