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보다 25% 하락 예상...부동산 시장 불황 지속
부촌인 요호 타운 아파트, 전월 대비 20% 급락 매물 나와
이민 행렬과 기준금리 상승까지 겹쳐 부동산 경기 싸늘
홍콩의 중국화와 방역 정책으로 이민 급증해 인구 감소
◆…홍콩 주택 가격이 금리 인상과 이민 등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을 자랑하던 홍콩 주택 가격이 금리 인상과 이민 등으로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CNBC는 10월 홍콩의 부동산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2.4% 하락한 352.4로 집계됐고, 이는 2017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주택 가격은 최고치인 지난해보다 25%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의 불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2년 동안의 하락 폭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도 2021년 말 가격을 기준으로 올해 15%, 내년 15% 하락할 것이라고 점쳤다.
홍콩의 지난해 부동산 가격지수는 최저점인 2003년 대비 500%나 넘게 뛰어올랐다. 그러나 최근 홍콩을 떠나는 이민 행렬과 기준금리 상승까지 겹쳐 부동산 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홍콩의 고급 주택 가격도 경색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홍콩 부촌 중 한 곳인 요호 타운의 한 아파트(393㎡·119평) 1㎡당 매매 가격은 전월 대비 20% 급락한 1만5216홍콩달러(약 258만원)이며 현재 598만 홍콩달러(약 10억1400만원)에 매물로 나왔다.
지난달 홍콩 중앙은행 금융관리국(HKMA)은 기준금리를 4.25%로 올려 대출비용은 2008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홍콩은 미국 달러당 7.75∼7.85 홍콩달러 범위에서 등락을 허용하도록 달러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어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동반 상승한다.
부동산 전문 서비스회사 존스 랭 라살(JLL)의 넬슨 웡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제 위기속에 대출비용 상승이 홍콩 부동산 가격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락 폭은 예상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인구 감소도 부동산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 3년 동안 홍콩을 떠난 사람은 22만명에 달했다. 사진:로이터통신
홍콩의 중국화와 무관용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최근 3년 동안 홍콩을 떠난 사람은 22만명에 달했다.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나자 2020년 홍콩 보안법을 제정해 통제를 더 강화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1월 3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영국해외시민(BNO) 비자를 신청한 홍콩인은 14만2000여 명이며, 이 중 13만3124명이 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실시된 홍콩당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홍콩 총 인구는 729만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1500명(1.6%) 줄었다. 60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나틱시스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의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민 물결이 인구 감소에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반면 취업을 위해 홍콩을 찾는 외국인은 줄고 있다. 홍콩 이민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의 일반취업비자 발급 수는 5701건이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벌어지기 전인 2018년과 비교하면 비자 발급 수는 72% 줄어들었다.
이에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10월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새로운 비자 제도인 '탑 탤런트 패스(top talent pass)'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홍콩에 입국해 주거용 부동산을 구매하고 영주권자가 된 경우 첫 부동산 매입에 한해 인지세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