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진료체계 붕괴 우려... 영남지역은 지원자 전무"
"전문의 75% 당직... 25%는 매주 1회 이상... 번아웃"
"소청과, 낮은 진료수가로 인해 개원 후 수입 최저"
"초저출산에 따라 진료량도 40% 감소... 비전 상실"
"응급실·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 예산지원 필요"
◆…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난 9월 21일 광주 북구 미래아동병원에서 아기가 독감 주사를 맞은 뒤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을 맡고 있는 나영호 경희대학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14일 "전공의를 모집한 곳이 96개 정도인데 지원자가 하나도 없는 곳이 50곳이 넘는다"며 "2차, 3차 병원의 진료체계 붕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악조건 상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교수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입원중단 사태'의 원인인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 문제와 관련해 "2023년도에는 수련병원 전공의 정원의 39%만 근무가 되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 교수는 "2019년부터 지원율(80%)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작년에는 28% 정도까지 됐는데 올해는 207명 중 33명이 지원해서 16%가 채 안 되는 지원율(15.9%)을 보인다"며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아주대 병원이 지원자가 (2명) 있었고, 충청도 지역에서는 충북대 병원에서 1명, 전북대에서 1명 지원자가 있었다. 영남 쪽에서는 지원자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지금까지 수련병원에서 병동과 신생아 중환자실, 응급실 진료는 주로 전공의가 담당해왔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떨어지고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되면서 (지원율이) 20~30%가 채 안 되는 병원에서는 응급전문의나 병동, 입원환자전담 전문의가 근무해왔다"며 "대학병원에서는 대학교수들이 전공의 부족에 대한 진료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응급실 24시간 가동이다. 저희 학회에서 올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75%의 전문의가 당직을 서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당직 서는 병원이 25%, 2주에 한 번 이상이 42%다"며 "전문의나 대학교수들은 그다음 날 계속 외래진료도 해야 하고 병동 환자들도 돌봐야 한다. 이런 피로도가 2년 정도 계속 심화하고 번아웃 현상까지 나타나 신임 교수들과 임상 교수들의 사직이 전보다 상당히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한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소아청소년과는) 개원 후 수입이 모든 과 중에 가장 낮다. 수년 전에 비해 수입이 감소한 유일한 진료과"라며 "(소아청소년과 의료진 부족 사태는) 수급의 문제지 전체적인 의사 수가 적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소아청소년과를 택하는 것에 대한 미래비전을 조금 더 정확하게, 조금 더 밝게 해 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더 급한 것은 앞으로 수년간 더 악화할 진료체계시스템의 붕괴다. 특히 2, 3차 병원에서 다루는 중증환자, 야간에 병원을 찾는 응급환자들의 진료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응급실이라든지 병동 운영에 필요한 응급전담 전문의나 입원환자 전담 전문의, 신생아실, 신생아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에 대한 직접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가산율이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아청소년 인구가 전 인구의 17%다. 소아청소년에 대한 건강을 담당하는 것은 사회안전망이기도 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내에 소아청소년의 건강을 담당하는 부서가 개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