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단독 수정안은 부담됐나…막판 중재안 수용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막판에 제시한 중재안을 전격 수용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5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고심 끝에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하고 중재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국회의장 중재안이 우리 민주당 입장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려운 민생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같은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거듭 "민생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며 "지금은 위기 극복에 우리 사회의 총력을 모아야 할 때다.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여당이 예산안 처리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상황을 언제까지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도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해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예산안 협상 시기와 관련해 이 대표는 "오늘 중으로 예산 협상을 매듭 짓고 늦어도 내일 중에는 예산안 처리를 완료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정부·여당을 향해 재차 "주권자인 국민 입장에서 잘 생각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앞서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양당 원내대표를 만나 최종 예산안 중재안을 제안했다. 중재안에는 여야가 막판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법인세와 관련해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p) 인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 '대통령령으로 설립된 기관에 대해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 의견을 담을 것'이라는 내용도 있었다.

민주당의 태도 변화는 예산안 단독 처리에 대한 부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김 의장의 중재안을 한 차례 거절한 바 있다. 또 이날까지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정부안 대비 4조원 규모를 감액한 독자예산안을 제출해 처리한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 경우, 거대야당의 일방 독주로 비칠 수 있어 향후 정국 운영이 민주당에 불리할 수 있다. 또 정부 동의없이는 증액이 불가능해 지역구 의원들의 지역 예산을 제대로 챙기기 힘들다는 점, 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사업까지 감액해야 하는 점 또한 민주당으로서는 손해다. 이에 '중재안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