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원 세무사 문제 제기…"사실혼, 세법상 차별"
이럴 땐 사실혼, 저럴 땐 법률혼…자의적 해석 우려
4가지 개선案 제시하며 "일관적인 규정 적용 필요"
"법률혼에 주는 稅혜택 타당한지 의문" 목소리도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가 받은 상속재산과 증여재산의 경우 배우자 공제로 인정되어야 타당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아현동웨딩타운 상점가의 모습.(사진 연합뉴스)
'보호는 없고 (납세)의무만 있다.' 사실혼 부부를 두고 우리나라 세법이 대하는 태도다. 조세회피를 방지(재산압류 등)하려 할 땐 사실혼과 법률혼을 같은 잣대로 보는데 반해, 재산을 상속받을 때 법률혼 배우자에게만 공제 혜택을 준다. 세법상 배우자 관련 규정이 불분명하다보니 과세당국의 '자의적 해석'도 가능하다. 이에 전통적인 가족관의 변화에 따라 법률혼 배우자처럼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같은 세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 사상과 철학을 연구하는 '월드텍스연구회'가 15일 연 정기학술대회에서, 윤희원 세무사(강남대 박사과정)는 '세법상 사실혼 배우자의 과세체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윤 세무사는 "혼인 관계를 유지한 사실혼 배우자가 단지 형식적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법률혼 배우자와 세법측면에서 달리 취급하는 것은 실질과세원칙과 헌법에서 보장하는 차별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여러 세목(稅目·또는 세법)에서 배우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이럴 땐 사실혼 배우자를 인정해주거나, 저럴 땐 남으로 본다. 규정이 통일되어 있지 않아, 과세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며 납세자들로서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선 국제기본법에서 규정하는 있는 '특수관계인' 부분이다. 배우자 범위에는 사실혼 관계도 포함하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족은 체납자의 압류재산 대상이 되는데, 이때 사실혼 관계도 배우자로 본다. 윤 세무사는 "부부 공유재산 추정을 반하지 않은 경우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에 대한 압류가 가능하게 되며, 이는 사실혼을 경제적 실질 관계에 있어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제를 줄 땐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사실혼 상태에서 배우자에게 증여받은 경우 배우자 증여재산공제 6억원을 받을 수 없다. 민법상 배우자가 아니기 때문에, 배우자가 사망해도 상속권이 없다. 만약 상속을 받더라도 배우자 상속재산공제(최소 5억원~최대 30억원)도 불가능하다. 소득세법상 1세대를 판정(1세대 1주택 비과세 적용시)할 땐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는 제외된다(기획재정부 예규). 윤 세무사는 "결혼에 인식의 변화에 따라 법률혼 배우자와 사실혼 배우자를 동일하게 보호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가족관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은 바뀌고 있다.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민 10명 중 7명(70.3%)은 '사실혼, 비혼 동거 등 법률혼 이외의 혼인에 대해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조사 때와 비교하면 차별금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4.3%포인트 올랐다. 구체적으로 약간 필요하다는 39.3%, 매우 필요하다는 30.9%였다.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10.7%에 그쳤다. 가족으로 인식하는데 있어 '생계와 주거 공유 관계의 개념'이라는 의견도 68.5%에 달했다.
윤 세무사는 "민법상 법률혼 배우자와 실질과세 측면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한 과세체계가 상이함에 따라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4가지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①세법에 사실혼 배우자를 규정하는 문구를 넣어야 한단 목소리다.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 관념상으로 가족 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 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라면 배우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②사실혼 관련한 세법규정 정비도 들었다. 윤 세무사는 "세금정책의 형평성은 세금적인 측면과 사회적인 측면에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률혼과 사실혼이 과세방법의 차이를 둘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고 판단된다"며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 사실혼 배우자에게 법률혼 배우자와 동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했다.
③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세기본법(2조)에서 규정하는 사실혼에 충족한다면 결혼 기간·재산형성 기여도에 따른 배우자상속공제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④증여재산공제 적용도 제시했다. 윤 세무사는 "위장이혼의 경우 세대 판정시 세대에 포함해서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판정하면서, 증여 시에는 별도 세대로 인정해 증여재산공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불합리하다"며 "실질적으로 법률혼 배우자와 같으므로 10년마다 6억원을 공제해야 한다"고 했다.
세법이 사실혼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단 우려도 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정식 세무사는 "민법을 뛰어넘어 세법이 먼저 법률혼과 사실혼에 대한 차이를 없애버린다면 역으로 사실혼이 우대받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의 불평등을 시정하자는 것은 결론적으로 혼인에 대한 세법 고유의 용어로 탈바꿈하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그런 점에서 법률혼에 주어지는 조세법상의 혜택을 사실혼에도 똑같이 주자는 주장이 과연 타당한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