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생각 굳건했어야" 발언에 여야 질타 쏟아져

이태원 참사에서 생존했지만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고등학생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여야 가리지 않고 비판이 쏟아졌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한 총리의 발언을 언급하자 "이번에도 정부에서 중대본을 겨우 33일밖에 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족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 생존자 지원 부족했던 것 아니냐 이런 얘기가 이미 있었다"며 우선 정부의 지원 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이어 "(한 총리가) 책임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마치 그 10대 청소년이 굳건하지 않아서 이런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했다"며 "비판에 직면하니까 이번에는 총리실이 나서서 총리 발언이 문제가 아니라 왜곡해서 듣는 사람들 탓이라는 식의 해명을 또 내놨다"고 꼬집었다.

앞서 한 총리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총리실 산하에서 학생에게 어떤 지원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해 논란을 샀다.

이에 총리실은 입장문을 내고 "한 총리가 사건 발생 직후 관련 내용을 소상하게 보고받고 안타까움을 표했다"며 "다른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치료 등 가능한 지원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장 의원은 "국무총리라고 하면 대통령 다음으로 책임이 큰 자리"라며 "이렇게 큰 참사가 나고 시민의 안전에 문제가 있었으면 책임을 져야 할 판에 책임지는 걸 매번 싫어하시니까 정의당 입장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이제는 그 직을 수행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자격이 없으시다 내려오셔라'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범야권에서는 한 총리의 발언을 두고 비판 및 사퇴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같은 당 이정미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충격적 망언"이라고 비판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망언'과, ‘눈치 없음', ‘공감능력 제로'를 뽐낼 때에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국무총리는 필요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또한 논평을 내고 "스스로 생명까지 포기하기까지 그가 느꼈을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개인의 굳건함이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총리가 어디 있나"라고 반문하며 "국무총리라는 사람이 정부 책임을 회피할 궁리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은 여권에서도 나왔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에 도전한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총리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태원 참사에서 살아남았지만 친구 둘을 잃고 고통 속에서 방황하다 삶을 마감한 고등학생을 두고 총리라는 사람이 한 말"이라며 "공감능력 제로다. 이게 이 안타까운 비극 앞에서 총리가 할 말이냐"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생존자들이 얼마나 큰 심리적 충격을 겪고 있는지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음을 사과부터 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어떡하면 책임을 회피하나, 이런 생각만 하니까 저런 말이 툭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생존자들에게, 희생자들에게, 유가족들에게 가해지는 2차 피해를 막아야 한다"며 "그리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6개 요구사항에 정부와 국회는 성의를 다해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