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법인세율 1% 인하'로 한발 물러섰지만
與선 "형식뿐, 실질적 감세혜택 없어" 거부
전문가들도 "1%론 긍정 영향 못 줘" 주장
"경제 효과 불분명", 재정건전성 훼손 우려도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여야가 이른바 '김진표 중재안(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 수용 여부를 두고 대치를 벌이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도심 일대 주요 기업체 건물들이 보이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지난 15일 거대 의석(169개)을 짊어진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보다 1%포인트 내리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초부자감세'라며 법인세 인하 불가 방침을 밝혀왔던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것이다. 예산안(2023년) 진통으로 꽉 막힌 국회의 숨통도 트일 듯 보였다. 하지만 예산안 합의 처리 시한(15일)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당인 국민의힘이 거부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로 평가하며 정부안(세율, 25→22%)을 고수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경제계가 '법인세 인하는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급한 정책방안'이라는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위기 돌파책이 정치권력간 흥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법인세율을 낮추면 투자가 늘어난다'는 정책 추진동력마저 의심받을 수도 있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인데,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에는 최고세율을 3%포인트 내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불과 얼마전까지 민주당은 '낙수효과는 없다'며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슈퍼 부자들을 위한 감세혜택이기 때문에 양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세율 인하대상이 영업이익 3000억원 이상 법인이어서다.
이때만 해도 입법화(국회 통과)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법인세 인하가 예산국회에 발목이 잡혀 답보상태에 머물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어제(15일) '최고세율 24% 안'을 중재안으로 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수용 의사를 밝혔다.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떠안게 될 수 있단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때만 해도 입법화(국회 통과) 가능성은 낮게 점쳐졌다. 법인세 인하가 예산국회에 발목이 잡혀 답보상태에 머물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어제(15일) '최고세율 24% 안'을 중재안으로 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수용 의사를 밝혔다.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까지 모두 떠안게 될 수 있단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위기에 처한 민생경제를 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감세를 해야 한다면 초부자 감세가 아니라 다수 국민을 위한 감세가 돼야 하며, 국민 감세와 민생예산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최근 경제계가 내놓은 성명에서는 위기에 처한 기업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6개 경제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지금 우리 기업들은 극심한 경기침체로 인한 매출부진과 재고증가로 재무 안정성이 과거 경제위기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의 활동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재고자산회전율은 올해 3·4분기에 8.3회까지 떨어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10.4회보다 낮은 수준이다.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유동비율도 올 3·4분기에 122.4%까지 떨어지며, 2013년 이후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글로벌 기업들이 '탈(脫) 중국'에 나선데 따라 주변 국가에서 새 생산기지를 자국 내 두도록 유도하는 기업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국보다 법인세율을 낮게 가져야만 한국이 '투자처'로서 매력이 생길 수 있다. 정부도 법인세제 개편 필요성을 담은 보고서에서 "법인세제는 국가의 얼굴"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여야가 진흙탕 정쟁으로 기업 감세 논의는 제자리인 상태다. 국민의힘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안'이라며 장고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16일) "지금 법인세 문제로 해외직접투자 (유치) 전쟁이 붙어 있는 상황"이라면서 "겨우 1%포인트 내리는 것만 갖고는 해외투자자들이나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자본에 대한민국이 기업 하기 좋고 경쟁력 있는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진 원칙이나 국가경제 재정상황에 비춰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을 '좋은 게 좋다'고 합의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쥐꼬리 감세론 안돼", "1%든 2%든 효과 있나"…전문가들 진단은
전문가들도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이 높다는 이유로 투자처로 매력이 없다고 목소리를 낸다.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법인세 1%포인트 인하는 미미한 수준으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면서 "현재 정치권에서는 얘기하는 부자감세는 일반적인 이론에도 없는 표현인데, 이것을 흥정의 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이어 "반도체 사업에 있어서도 대만(TSMC)과 실효세율이 10%포인트 이상 차이나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1% 인하는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정치권의 발목잡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국회의장은 법인세율이 현재 가장 첨예한 전선이기 때문에 여야 모두 양보해서 타협하자는 의미에서 제시한 중재안일 뿐 큰 의미는 없다"고 진단했다. 여야간 공허한 숫자놀음에 빠져있단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오 교수는 "세수가 숫자상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법인세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세목이라 기업의 활동이 추후 원활하게 이어지면 증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인세가 줄면 투자(또는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법인세를 2%포인트 내리면 큰 효과가 있을 수 있고 경제에 별 효과가 없다는 쪽도 있어서 어디가 나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큰 의미가 없기 때문에 한 가지를 선택(감세든, 현행 유지든)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선택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을 고려해 25%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도 "대기업은 법인세 납부 여력이 충분하고,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는 법인세 인하만으로 해결되는 것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의 시장이 작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현재 재정건전성이나 재정위기 측면에서도 법인세 부과는 필요하다"며 "현재 대기업들의 승계 호기라고 언급되고 있는데, 법인세 인하의 진정한 목적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