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지 견학이라면서 일정에는 해외 유명 관광지
공무원 16명 대동해 유럽과 일본, 베트남 등 연수
외유성 확인되면 비용 환수 등 페널티 장치 필요
◆…오천도 애국국민운동대연합 대표가 21일 대전시의회를 방문해 시의원들이 잇따라 외유성 연수를 떠나는 데 항의하고 있다. 2022.6.21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와 환율·물가 등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도 전국의 지방의회 의원들이 유명 관광지로 해외 연수를 떠나고 있어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의원들의 외유성 연수 논란은 지방의회 출범 이후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대다수 의회가 선진지 견학으로 시설이나 정책을 비교해 의정에 반영하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연수 일정에 해외 유명 관광지가 껴있어 정책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전국 지방의회들에 따르면 지난 14일과 15일 여수시의원 23명은 공무원 16명을 대동해 유럽과 일본, 베트남 등으로 6일에서 10일 일정의 해외연수를 떠났다. 출장 목적은 유럽의 문화·관광 실태 파악 및 여수시 정책 수립에 기여, 베트남의 2050 탄소중립 정책 공유 등을 내세웠다. 해외연수 예산은 1억 3000만원에 달한다.
경남 김해시의회 일부 의원들도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삿포로로 연수를 떠난다. 이달 초 진행된 국외출장 심사에서 심의위원들은 통역 요원이 관광가이드인 점 등을 꼬집으며 부실한 연수효과 및 계획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결국 조건부 승인이 됐다. 연수 목적은 해외 우수사례 벤치마킹을 통한 정책개발이다. 연수 참가 인원은 시의원 6명과 직원 3명으로 총 경비는 2021만원이다.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진주시의회 의원 19명은 14일부터 21일까지 6박8일 일정으로 이탈리아 밀라노, 볼로냐, 피렌체, 로마 등을 방문한다. 연수 비용은 약 1억원이다. 이들은 지난 8월 제주도 연수에 이어 10월 일본 워크숍도 진행해 지역사회의 반대가 거세게 일고 있다.
거센 비판에 진주시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선진도시의 환경과 문화·산업에 대해 현장학습으로 체험하고 장단점을 비교·분석해 시 발전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진주시민공익감시단은 “해외연수를 취소하고 예산을 고물가 시대에 신음하는 시민에게 한푼이라도 더 쓸지 고민하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김포시의회 시의원은 내년 2월에 7박 9일간 미 동부(워싱턴 뉴욕) 해외연수를 추진 중이다. 시의원 12명과 의회 사무국 직원 7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트램, 데이터센터, 소각장 등을 연수 목적의 이유로 들었다.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을 의식해 한국산업기술원을 통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실상 여행사와 크게 다를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의원들을 통제하고 제재할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전문가들이 출장 심사에 참여해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해외연수 이후 성과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외유성으로 확인되면 공무 국외여행 제한이나 비용 환수 등 페널티를 주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