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모 주택 한정승인 상속 의사 밝혀
주택 상속절차 끝나야 대위 변제 가능
HUG, 피해자들에게 보험금 지급 근거 없어
사망한 김씨, 62억원 종합부동산세 체납도 문제
전문가 "집주인 체납정보 세입자에게 의무 제공" 필요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자료사진:연합뉴스
1139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던 40대 임대업자 김 모씨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하고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지난 10월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임대업자 김씨가 지병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공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김씨가 사망한 뒤,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지 못하게 돼 대위 변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위 변제는 공사가 우선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 주고 추후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보통 임대인이 사망할 경우 주택의 상속 절차가 끝나야 대위 변제가 시작된다.
미혼인 김 씨의 상속인은 김 씨의 노부모다. 현행법상 노부모는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을 받을지 결정해야 한다. 노부모는 한정승인 의사를 HUG에 전달했다.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 부채를 갚고 남는 상속재산이 있으면 상속인에게 귀속된다.
손석우 건국대 겸임교수는 15일 YTN 라디오 '뉴스 정면승부'에서 "김씨가 소유하고 있던 빌라에 대해 부모가 상속을 거부하면 4촌 이내의 혈육에게 넘어간다. 세입자들이 소송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해도 현재 소송 대상이 없다"며 "이런 사기에 대비하려고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도 있는데 '계약 해지를 통보할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때문에 주택보증보험공사에서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혈육이 상속을 포기하면 법원에서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기 때문에 그 관리인을 상대로 소송과 경매 등을 진행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소송과 경매 진행 절차가 1년 정도 소요되지만 공동 소송의 경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게 손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문제는 사망한 김 모씨가 62억원 규모의 종합부동산세를 체납했다. 이렇게 되면 빌라를 경매로 처분해도 세입자들이 우선 변제 순위에서 밀린다"며 "소액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우선변제금이라는 게 있지만 기준이 높지 않아서 우선 변제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사망한 김 씨가 1100여 채의 빌라를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직 절반이 넘는 세입자는 자신이 피해자인줄도 모르고 있는 상태"라며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사기에 연루됐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테니까 시간이 갈수록 피해자들은 훨씬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손 교수는 집값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어 임대차 시장이 혼란스럽다며 임대차보호법 개정의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면 집주인의 체납정보를 세입자에게 의무로 제공토록 한다든지, 제3자에게 보증금을 예치토록 하는 에스크로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