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업 규제 완화, 수출 증가 위해 법인세 대폭 경감해야…2차 중재안만 집착"
"5억 예산 때문에 639조 정부예산 발목…정부기구 반신불수 만들어 일 못하게 한다는 뜻"
野 "여당, 의장 '중재안' 수용만 하면 바로 처리…'오매불망 윤심'에 막혀 헛바퀴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양당 원내대표-경제부총리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는 19일에도 내년도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 '법인세 인하' 및 '행정안전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등 양대 쟁점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법인세 등을 대폭 경감해줘야 한다"며 "법인세를 인하하면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외국 기업을 우리나라로 많이 불러들일 수 있고 우리 수출 대기업에도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라며 운을 뗐다.
주 원내대표는 "법인세 3% 인하는 현재의 경제 여건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이지만 민주당이 '초부자감세'라고 극력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심지어 민주당 출신의 조세 전문가 김진표 의장의 합리적인 1차 중재안마저 거부했고, 겨우 법인세 1% 인하 내용으로 하는 2차 중재안을 집착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로는 유의미한 효과를 얻기 힘들어서 우리당이 보류하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당에서 다시 한번 발상을 전환해서 법인세 대폭 인하에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입장 선회를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뒤이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법인세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 결과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볼 수 있는 단계는 됐지만, 마지막 쟁점이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이라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관련해선 협상의 실마리를 찾고 있으나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에서는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합법적으로 설치된 국가기관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대선 불복이자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말"이라며 "일부 예산이 삭감될 순 있어도 전액을 인정하지 못하겠단 말은 그 기구를 반신불수로 만들어 일 못하게 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이 치안에 관한 책임자이고 경찰 인사에 대한 제청권자이기 때문에 정부조직법 체계 안에서 일을 하기 위해 경찰국을 설치한 것"이며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은 법무부 장관에게 일체 보고하지 않고 검사 출신이 단장을 맡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민주당이 우려하는 것들은 말끔히 제거됐는데도 5억의 예산 때문에 639조나 되는 정부예산 전체를 발목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빨리 생각을 바꾸고 정부조직을 인정해달라"고 야당에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내리는 김 의장의 중재안을 전격 수용한 만큼 공은 정부와 여당에 넘어갔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어 협상이 지리멸렬하게 장기간 공전되는 주원인은 여당 원내대표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에 있다며 재차 비판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이 의장 중재안을 수용만 하면 바로 처리될 예산인데, 주말 내내 '오매불망 윤심'에 막혀 또다시 헛바퀴만 돌렸다"며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 '집권 여당'이 있는지 의문이다. '집권당'이 아니라 '종속당', '국민의힘'이 아니라 '용산의힘'이라 해야 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정작 당정협의에서 예산안 논의도 하지 않았다는데, 대통령실은 명령만 내리면 그만이고 관철하는 건 여당 몫이라도 된단 말인가. 대체 삼권분립을 훼손하고, 입법부 고유권한인 예산심의권을 개입해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킨 당사자가 누구인가"라며 반문했다.
이어 "여당에 협상의 전권은 주지 않은 채 시시콜콜 주문만 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기만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더 이상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쩔쩔매지 말고 즉각 의장 중재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며 "국회의장께서도 조속히 본회의를 소집해서 의장 중재안이든지 민주당 수정안이든지 정부 원안이든지 이제는 예산안을 처리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 15일 법인세 최고세율 1%포인트 인하와 행안부 경찰국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여야 협의를 거쳐 입법적으로 해결하거나, 권한 있는 기관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할 수 있도록 부대의견으로 담자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를 대승적 차원이라며 수용했지만, 국민의힘은 법인세 외 남은 쟁점을 정리하지 않은 채 중재안을 받겠다 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앞서 김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양당 원내대표를 불러 중재를 시도했으나 박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결국 회동은 무산됐다.
국회 선진화법을 무시하고 '법정시한'과 '정기국회 회기', '의장이 정한 기한'까지 세 번의 예산안 처리 시기를 놓쳐 여야가 협상 시한만 연장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계속 물밑 논의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