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 많은 수입품에 '탄소 배출 가격' 부과
IMF "탄소세 톤당 75달러면 포스코 약6조원 납부"
“중국, 당서기 '성장 평가 지표'에 친환경 포함”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위치한 한 철강 공장 사진:로이터통신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확정했다. CBAM 도입으로 철강업종을 비롯한 일부 탄소집약 산업분야에 타격이 예상되면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BAM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수입품에 '탄소 배출 가격'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EU의 탄소 배출 가격이 비싸기때문에 추가로 관세가 붙는 것이나 다름없어 '탄소국경세'로도 불린다. EU는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매기기 시작해 2034년까지 이 제도를 완전히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이다.
18일(현지시간) EU는 보도자료를 통해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개편안'에 합의했다. ETS는 산업 시설의 탄소 배출량이 기준치를 미달했을 때 남은 배출권에 대한 권리를 팔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역내 1만 개의 발전소 및 공장은 '이산화탄소 배출 허가권'을 돈으로 구입해야 한다.
EU는 당초 2030년까지 탄소 배출 감축 목표치를 2005년 배출량 대비 43%로 잡았지만 이번 개편으로 62%까지 상향했다. 또 2027년부터 건물·도로교통 분야도 탄소 배출 감축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다만 에너지 가격 급등시 시행을 1년 연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2026년부터 ETS '배출권 무료할당(free allowances)'제도를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다. 무료 할당이 적용되는 업종은 철강, 화학, 시멘트, 비료 등 탄소집약 산업분야로 일정수준까지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ETS 무료할당과 연동돼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21일 KBS 라디오 '홍사훈의 경제쇼'에서 유럽이 전 세계 탄소배출 영역을 이끌어가게 되면서 세계 경제 주도권을 장악하려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환경은 본질적으로 에너지 문제"라며 "유럽은 환경을 장악해야 세계 주도권을 장악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교토의정서 체제로 유럽을 위한 유럽에 의한 유럽의 탄소배출 시장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은 탄소배출권 시장을 만들어 놓고 발행은 UN이 하게 했다"며 "CDM(청정개발체제)은 UN이 내주는 인증서와 같다. UN에서 발행한 CDM은 어디서든 사고팔 수 있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면 석탄 사용시 탄소배출이 10톤인데 친환경에너지 사용으로 탄소배출이 0이 됐다. 이럴 경우 10톤만큼 팔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제 유럽은 전 세계 탄소 배출 영역을 이끌어가게 됐다. 이 말은 에너지뿐 아니라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환경이 세계 주도권을 가져가는 게임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전력회사 REW의 석탄발전소 사진:로이터통신
CDM(청정개발체제)은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가진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해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시행하고 그 감축분을 해당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CDM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교토의정서는 2020년 만료됐다. 2021년부터는 파리기후협정으로 대체되면서 SDM(지속가능체제)으로 전환하게 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CDM이 주로 선진국을 감축의무국으로 지정했다면 SDM(지속가능체제)은 모든 당사국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안 교수는 교토의정서와 달리 파리기후협정은 이분법적 접근에서 탈피해 보편성을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을 두 번째로 많이 하는 미국이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하고 미국 주도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새로 만들었다. 파리기후협정은 교토의정서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탈피해 보편성을 지향했다. 즉 각국의 상황에 맞게 알아서 하는 체제"라며 "많은 기업들이 교토의정서에 의거한 CDM 확보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면서 이제 SDM 체제로 이양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확정되지 않다보니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U가 CBAM 도입을 서두른 배경에 대해서는 현재 유럽 상황이 불리해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유럽은 환경을 중시해서 사회 인식이나 인프라가 잘 돼 있다.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 환경오염을 줄였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느슨한 기준을 가진 국가들과의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할수 밖에 없게 됐다"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도 제대로 안되고 있는데다 설상가상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발효되면서 유럽은 결국 탄소국경세 도입을 서두를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EU는 수입품에 역내 생산 제품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탄소 가격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유럽으로 수출하려면 탄소가격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가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EU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8만원이고 중국의 탄소배출권이 5000원이라면 중국에서 전화기를 만들어 유럽에 팔 때 7만5000원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경남 창원국가산업단지 내 포스코특수강 내 제강공장에 있는 100t 규모 전기로가 가동을 중단한 상황을 직원이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 교수는 "IMF가 제안한 탄소세를 1톤당 75달러로 정할 경우 포스코는 탄소세만 약 6조원 넘게 유럽 정부에 납부해야 된다"며 "그 말은 1년 이익이 다 없어진다는 뜻이다.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기업의 경우 해외에 나가 돈을 버는 기업들이 많은데 탄소세를 이렇게 부과하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국 역시 유럽에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라면서 "CBAM 시행이 중국과 EU교역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시진핑 3기에 들어와서 당 보고서에 나온 게 친환경이다"라며 "당서기의 '성장 평가 지표'에 친환경을 넣을 정도로 친환경에 어마어마하게 투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친환경'이 됐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