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협 "법인세 깎아주면 투자 증가한다는 주장 허무맹랑한 신화"
송석준 "법인세 인하는 국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력 제고해 1석4조"
이은주 "부자감세라 부르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부자감세인가"
류호정 "빈부격차로 나라가 망해가는데 종부세를 깎는다"
조해진 "종부세 납세자 100명 중 8명 대상...도입 취지 퇴색"
◆…김진표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2022.12.23 사진: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종부세 개정안을 놓고 맹렬한 찬반토론이 이어졌다. 여야 절충안에 불만을 품은 양당 강경파들은 반대·기권표에 표를 던져 20% 이상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법인세 등 핵심 쟁점 세법 개정안들을 놓고 표결 직전까지 찬반 발언을 쏟아내며 설전을 벌였다. 여야 협상에서 배제된 정의당은 5명이 반대토론자로 나와 부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최대 쟁점으로 꼽혔던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여야 의원 3명이 연단에 올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세계 주요국은 법인세를 오히려 증액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재정을 확충해 가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며 "재정건전성 운운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예산 등 민생예산을 삭감하더니 과표 3000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깎아주겠다는 것이다"고 분개했다.
이어 "과거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내린 이후 기업 투자는 오히려 줄었고 상장사들의 사내 유보금만 2배 이상 쌓였다"며 "법인세 감면으로 투자가 확대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세를 깎아주면 투자가 증가한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신화"라고 주장했다.
반면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로 주주배당금을 증가시킬 경우 세후 총수 일가 몫은 늘어난 배당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세후 국내 소액주주 몫과 국민연금 몫 그리고 세금의 합은 늘어난 배당금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 세부담 감소로 인해 관련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에 대한 조세 부담이 완화되면 납품가 인하 압력 경감 그리고 임금 인상 여력 발생 등으로 관련 중소기업들의 투자 여력 증가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 그리고 임금 인상 등의 긍정적 효과가 막대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는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을 방지하고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해 국내 일자리 창출과 국내 경제 활력을 제고하는 등 1석4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반대 토론에 나선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오늘 상정된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는 한 번도 제대로 논의한 적이 없다"며 "갑자기 양당 합의문에서 튀어나온 한 문장으로 수십조원의 향배가 결정되고 말았다. 도깨비처럼 등장해 민주주의 헌법 정신을 위협하고 국회를 모독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1%씩 모든 구간에서 세율을 낮추면 모두가 공평한 혜택을 누리지 않는다. 대기업과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일수록 더 큰 혜택을 가져간다. 과표 2억 회사는 200만원, 과표 2조 회사는 200억으로 플러스 알파의 혜택을 본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 커지고 대기업 집중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길동도 아니고 이것을 부자감세라고 부르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부자감세냐"고 따져물었다.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2022.12.23 사진:연합뉴스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인원 274명 가운데 찬성 203명, 반대 37명, 기권 34명으로 가결됐지만 26%의 이탈표가 나왔다.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법인세율은 과세표준 구간별로 1%p씩 인하된다.
표결에 앞서 종부세 일부개정법률안을 놓고도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공방을 벌였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23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관해 반대토론을 하고 있다. 2022.12.23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국회는 늘 다주택자와 부동산 자산가들의 보유세를 대폭 깎아주기만 한다. 이번 조치의 혜택은 대부분 주택 종부세의 89%를 내는 다주택자와 법인에게 돌아가게 됐다"며 "부동산 때문에 벌어지는 빈부격차로 나라가 망해가는데 종부세를 깎는다고 앉아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법안 심의 과정도 엉망이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개정안은 해당 소 위원회에서 토론은 커녕 언급조차 없었던 내용이다. 소위 회의록을 보면 발언한 의원 그 누구도 기본 공제액 상향을 주장하지 않았다"며 "속기록도 없는 두 당의 비공식 협상테이블에서 갑자기 등장한 안이 합의안이라는 외피를 쓰고 본회의에 올랐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경제위기에 따른 세금부담 완화가 부동산 보유세의 정당성 자체를 흔드는 명분이 됐다"며 "밀실 협의에서 배제된 정의당은 이곳 연단에서 양심있는 의원 여러분들께 법안의 반대를 호소하는 방법밖에 없다. 부자 감세를 막고 충분한 자산 과세를 통해 양극화와 불평등에 맞서겠다는 다짐이 빈말이 아님을 증명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대 토론자로 나선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종부세 도입 이후에 주택공시 가격은 크게 상승한 반면에 과세기준점이 되는 기준공제 금액은 2006년부터 17년동안 변동없이 유지되고 있다"며 "그 결과로 올해 주택분 종부세 납세자는 122만명으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서서 주택 보유자 100명 중에 8명이 과세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부세 제도를 도입할 때 그 누구도 100만 명이 넘는 납세자가 이 세금을 납부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당초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 대해서만 과세하려던 제도의 취지가 퇴색돼 중산층도 세금을 부담하게 됐다. 종부세를 과거 도입 취지에 맞게 정상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듭된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등 가계 부담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부동산 과열기에 강화됐던 종부세 과세체계는 시장 상황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부세 일부개정법률안은 재석 258명 가운데 찬성 200명, 반대 24명, 기권 34명으로 가결됐지만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22%의 이탈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기준은 종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주택자의 종부세는 종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2.12.23 사진:연합뉴스
양당 지도부는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의원총회를 열어 표 단속을 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예산안 전에 세법들을 먼저 처리하는데 반대 토론이 예정돼 있다. 세법들은 모두 체계성을 갖고 있어 어느 하나 부결이 되면 나머지를 의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본회의장에) 끝까지 참석해달라"고 당부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원칙에도 맞지 않지만 예산안 합의를 위해 최종 중재안인 ‘1% 법인세 감세’를 대승적으로 수용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에 대해 명백한 책임이 있고, 그 뒷감당 또한 정부와 여당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당내 강경파의 불만을 의식한 듯 협조를 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