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업에 법인세율 1%p 인하
5000억원 이상 초대기업, 감세혜택 가장 커
경기부양 없다면 재정에 부담…건전성 훼손도
집 2채 다주택도 기본세율…"투기목적땐 보유세 강화해야"
5000만원 비과세인데…'금투세 유예' 논란 여전
◆…법인세율 인하(1%포인트)로 과세표준 5000억원 초과 기업은 기업당 약 156억원의 법인세가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표 5000억원 구간에서의 감세 효과가 가장 컸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보이는 도심 일대 주요 기업체 건물들.(사진 연합뉴스)
여야가 공방을 벌였던 법인세는 내년부터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구간별로 세율이 1%포인트씩 낮아진다(현행 10·20·22·25%→9·19·21·24%).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 25%에서 22%로 3%포인트 내리려던 정부안이 무산되긴 했지만, 기업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보인다. 특히 과표 5000억원을 넘는 ‘초대기업’에서의 감세효과가 가장 클 전망이다.
실제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율이 1%포인트 내려가면서 세수 감소액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2021년 법인세 신고현황을 기준으로 추정한 수치다. 과표구간 중 3000억원이 넘는 구간의 세수 감소액이 1조2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분석을 진행한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법인당 세액 감소액을 계산할 경우 과표 5000억원 초과의 경우 156억원의 세액이 감소해 가장 크며, 과표가 높을수록 법인당 세액 감소액은 크다"고 말했다.
◆…법인세율 변화에 따른 세수 변화 비교. 2021년 법인세 신고 기준, 단위 억원.(자료 나라살림연구소)
경제적 효과가 있느냐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김 연구위원은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보전 방안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는 재정부담만 증가시키는 행위"라며 "특히 기업의 투자 등과 같은 의사결정이 세금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인세율 인하는 정책적 효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세를 비롯해 기업입장에서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비용을 합산해 계산한 '총조세 및 부담률' 지표도 세계에서 낮은 수준에 속한다는 평가(나라살림연구소)도 있다. 2009년 현재 한국은 이 부담률이 33.2%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은 41.6%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법인세 인하로 경제활성화가 된다는 것은 입증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삼성전자, 도요타, 인텔 에뉴얼 리포트를 보면 법인세 부담률이 삼성전자가 훨씬 낮다. 한국은 조세 감면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정부안보다 후퇴되면서 경기부양 효과가 적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법인세의 다단계 세율체계를 단순화하는 것을 포함해 최고세율을 OECD 중간 정도 평균치로 내리는 것은 아주 긴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하지 못한 것은 국가의 경쟁력 약화의 요인이 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시장 규제의 대못들이 하나씩 제거되고 있다. 내년에는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금액이 9억원(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으로 오르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가 중과 대상에서 빠진다.(사진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고액부동산에 대한 조세부담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한다'는 종합부동산세법의 정신(제1조 법문)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은 따라붙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따라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부터는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된다.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이 9억원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오른다. 또 기존 중과대상이었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로 과세한다. 과표 12억원이 넘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중과세율을 적용받지만, 최고세율이 현행 6%에서 5%로 낮아진다. 과표 12억원을 공시가로 환산하면 24억원 정도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에 따라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부터는 종부세 기본공제금액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된다.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이 9억원을 넘지 않으면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다. 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오른다. 또 기존 중과대상이었던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중과세율(1.2~6.0%)이 아닌 일반세율(0.5~2.7%)로 과세한다. 과표 12억원이 넘는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중과세율을 적용받지만, 최고세율이 현행 6%에서 5%로 낮아진다. 과표 12억원을 공시가로 환산하면 24억원 정도다.
세무대리 업계 등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 공시가 8억원·12억원 등 20억원 상당의 주택 2채를 보유한 사람은 올해 1436만원을 종부세로 냈지만 내년에는 552만원으로 감소한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도 공시가 현실화율을 더 낮출 것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종부세 기준선은 더 올라갈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고가의 주택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권 1주택자 상당수가 종부세 면제 혜택을 볼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올해 122만명이었던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내년 66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종부세를 강화해 투기수요를 억제해야 한단 목소리가 있다. 안 교수는 "부동산 세제의 기본 원칙은 거래세 완화"라면서 "양도소득세나 취득세는 완화해줘야 하고, 투기 강화 목적의 보유세는 강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9년 현재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민간 부동산자산 총액 대비 부동산 보유세액)은 0.17%로, 관련 통계집계가 가능한 OECD 15개국 평균(0.30%)을 크게 밑돌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감세정책과는 반대로 보유세율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 과세가 2년 유예됐다. 하지만 양도소득세 대상 대주주 기준이 현행 10억원(또는 지분 1∼4%)으로 유지된다.(사진 연합뉴스)
5000만원이 넘는 주식 투자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은 2025년으로 미루어졌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모든 종류의 금융투자상품에서 일정 금액(국내 상장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수익이 발생하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주식을 일정 규모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주식 양도세를 매기고 있어, 금투세가 도입됐다면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수익을 내는 사람은 누구나 세금을 내야 했다. 다만 제도시행이 2년 유예되면서, 과세대상인 15만명(상장주식 기준) 가량은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과세를 면하게 됐다.
조세원칙에 비추어보면 정당화되긴 어렵다는 시각이 짙다. 안 교수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기 때문에 금투세를 만약에 시행한다고 하면, 주식 양도세 과세대상자들은 2020년도에 비해 1만5000명 밖에 해당이 안 된다"며 "시행되어도 대상 폭이 넓지 않은데 왜 유예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금투세의 경우 증권거래세 등 보유세와 양도세를 한꺼번에 봐야됨에도 불구하고 방향을 정확하게 정하지 못하고 단순 유예를 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안들은 정부 원안과 일부 달라졌지만, 정부의 내년 세입예산에는 변화가 없다. 법인세만 떼어내서 보면 3조원이 넘는 세수가 감소하는데도, 나라 살림의 지표에는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명백한 세수 변동사항이 발생했음에도 이를 세입예산안에 반영시키지 않은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