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로 보는 2022년 자본시장 이슈

‘2050억원’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경색이 발생해 ‘50조원’의 정책자금이 투입되기도 했다. 논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2년 유예됐고, 금융당국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열을 올렸다. 올해 자본시장을 달궜던 이슈를 월별로 되돌아본다.

◆ 1월, 유일한 ‘대어’ LG에너지솔루션

단군 이래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27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올해 기업공개(IPO) 공모금액 16조원 중 12조7500억원(80%)이 LG에너지솔루션의 몫이다. 한때 62만4000원(11월 11일)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40만원대로 내려왔다.

기업공개(IPO) 열풍은 급격히 식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SK쉴더스, 원스토어 등 12곳이 상장을 철회했다. 현대오일뱅크, CJ올리브영 등 상장을 미룬 회사까지 포함하면 20곳이 넘는다.

◆ 2월, 전쟁 그리고 인플레이션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러-우 전쟁이 10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전쟁은 식량과 에너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며 물가 폭등을 부추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에 맞서 제로금리 시대의 폐막을 알렸다. 연초 0.25%이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베이비스텝,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을 거쳐 4.50%에 이르렀다.
  ◆ 3월, 윤석열 정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목표

윤석열 정부는 주식양도세 폐지와 공매도·물적분할 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 공약을 들고 3월 9일 출범했다. 공약은 이후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8개 국정과제로 구체화됐다.

금융위는 물적분할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과 상장사 M&A시 일반주주 지분을 의무 공개매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외국인·기관과 개인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개인 공매도 담보비율을 140%에서 120%로 내리기도 했다.

네 차례에 걸친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릴레이 정책 세미나’를 마친 금융위는 올해 발표한 방안을 제도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 4월, 조각투자도 ‘증권’
 
금융당국이 4월 20일 뮤직카우의 음악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을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하면서 조각투자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소비자 보호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뮤직카우 외에도 부동산(카사코리아·루센트블록·펀블), 미술품(테사·서울옥션·열매컴퍼니), 한우(뱅카우) 등 조각투자 플랫폼이 있다. 증권사들은 조각투자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증권은 뱅카우, 키움증권은 뮤직카우·테사·카사와 협약을 맺었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루센트블록, SK증권은 펀블·열매컴퍼니와 손잡았다.

◆ 5월, ‘루나·테라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 초토화
 
5월 김치코인(한국산 가상자산) 루나·테라 폭락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을 덮쳤다. 루나·테라는 일주일 만에 99% 폭락해 시가총액 50조원이 증발했다. 피해를 입은 국내 투자자는 28만명, 피해금액은 77조원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과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도 투자자 피해를 야기했다. 그러나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정부는 법안을 내년까지 제정해 2024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 6월, ‘尹 사단 막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6월 7일 이복현 전 부장검사가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했다. ‘최연소’, ‘첫 검찰 출신’이라는 타이틀로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았다. 6개월간 불법 공매도나 불공정거래에 엄단을 예고하며 추진력을 보여줬다.

다만 거침없는 행보에 ‘관치 금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금융노조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우리금융, 신한금융, BNK금융 등 금융권 인사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문제 삼았다.  ◆ 7월, ‘뜨거운 감자’ 공매도

7월에는 한국투자증권이 공매도 규정을 위반해 10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등 증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합법인 차입공매도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불법공매도 전수조사를 요구하며 분노했다.

금융당국은 불법공매도 엄벌 의지와 함께 공매도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개인투자자 공매도 담보비율 인하(140%→120%)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 확대, 장기·대량 공매도 투자자 모니터링 강화 등이 골자다. 내년부터는 불법공매도 적발 시 실명을 공개하기로 했다.

◆ 8월, 80년 만의 폭우...‘전산장애’ 수면 위로

8월 8일,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한국투자증권의 HTS, MTS가 먹통이 됐다. 전산장애는 15시간 만에 복구됐으며 투자자 손실에 대해서는 일괄 보상이 이뤄졌다.

그러나 전산장애로 인한 투자자 민원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최근 5년간 29개 증권사에서 발생한 전산장애는 1136건, 피해액은 268억원에 달했다. 피해보상을 받은 투자자는 81%로 나타났다.

◆ 9월, 코스피 25% 하락...환율 13년 6개월 來 최고치
 
올해 코스피는 1월 4일 2989.24에서 9월 30일 2155.49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거래일 종가는 2236.40로 1년새 25% 넘게 빠졌다. 작년말 1188.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9월 28일 장중 1440원을 돌파하며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긴축과 경기침체 우려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코스피 거래대금은 20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떨어졌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75조원대에서 45조원대로 급감했다.
  ◆ 10월, 강원도가 자극한 ‘돈맥경화’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가 빚보증 의무 이행을 거부하면서 불거졌다. 강원도가 보증을 선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미상환되면서 지방정부가 보증한 A1 채권의 신뢰도가 급락했고 단기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발생했다.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비롯한 ‘50조원+α’ 유동성 공급 대책을 마련해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재는 회사채·기업어음(CP)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며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부동산PF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 11월, 대체거래소 출범 가시화

11월 10일 한국거래소의 67년 독점 체제를 깰 대체거래소(ATS)가 출범을 예고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증권사들은 ATS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를 설립했다. ATS는 내년 3월 인가를 받아 2024년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상장주식과 주식예탁증서만 거래하도록 명시돼있다. 서유석 신임 금융투자협회장은 ATS 거래상품을 상장지수펀드(ETF), 증권형토큰, 가상자산 등 다양화하겠다고 공약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 12월, 논란 끝에 금투세 2년 유예

12월 25일 여야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주식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은 종목당 10억원으로 유지되지만, 가족 지분을 합산해 계산하는 규정은 폐지된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일정 금액(국내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수익이 발생하면 과세하는 제도로 2023년 도입 예정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부자 감세를 이유로 금투세 폐지를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