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조건으로 빌린 사모펀드와의 계약 종료
사모펀드 보유 현대삼호重 주식 4097억원 취득... 현금+현대重 주식
◆…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2017년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조건으로 사모펀드에서 4000억원을 빌렸는데 최근 이 계약을 끝맺은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은 3일 이사회에서 사모펀드 IMM PE(트리톤1호)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주식을 4097억원어치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회사는 이달 31일까지 IMM PE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주식 464만7201주를 주당 8만8157원에 매수할 예정이다. 매수대금은 현금 2667억원과 1430억원 상당의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지급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4097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치른다.
한국조선해양 IR담당 임원(상무)와의 통화 내용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2017년에 맺은 지분투자계약은 어떤 내용인가
당시 IMM PE는 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조건으로 운영자금 4000억원을 빌려줬다. 2022년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높은 이자율(연 9.5%)을 지급해야 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던 과정에서 회사가 쪼개지면서 4000억원도 한국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주식으로 쪼개졌다.
-상장 의무를 2년 유예한 이유는
업황이 좋지 않아 계약을 2년 연장해 2024년 9월까지 상장하기로 합의했다. 이자 부담이 크다 보니 우리는 상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IMM PE도 같은 생각이었다. 다만 계약서상 상장 의무가 있었을 뿐 회사가 상장 계획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증권사에 제안요청서(RFP)를 발행한 적도 없고 언제 상장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다.
-2024년 9월이 아직 안 됐는데 합의한 이유는
우리가 IMM PE를 찾아가 설득했다. ‘지금 상장하게 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서로 실익이 없지 않냐’ 하고 말이다. 상장 연기도 하지 말고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 상장을 ‘해제’하자고 논의했다.
-이전에도 합의 과정이 있었나
상장을 안 하면 큰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회사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았다. IMM PE와 끊임없이 소통해 적정한 가격을 도출하는 과정을 계속 해왔다.
-상장을 추진하다가 포기한 이유는
IMM PE는 상장 과정에서 한 번 비토권(거부권)을 쓸 수 있다. 만약 올해 하반기부터 상장을 추진하는데 IMM PE가 내년에 비토권을 써버리면 상장이 물 건너가고 고(高)이자율을 물어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 입장에선 올해 상반기에 출발해야 하는 그림이다.
물론 업황이 좋지 않더라도 낮은 가격에 상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서로 손해다. 상장을 해제하면 IMM PE도 약 2년간의 기회비용을 더 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024년 9월까지 끌고 가는 것보다 차라리 돈을 미리 받아 이자만 받아도 이득이지 않나.
-전액 현금이 아닌 ‘현금+현대중공업 주식’으로 지급하는 이유는
돈을 빌린 건 현대삼호중공업이지만 계약상 제3자인 한국조선해양이 갚아줄 수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마련했던 2조원 현금이 있다. 한방에 현금을 지급하는 것도 부담이고,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대납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매수가격 주당 8만8157원은 어떻게 정해졌나
IMM PE가 외부평가기관을 통해 공정가치 평가를 했다. 2017년 당시 5만6000원이던 주가는 지금 평가하니 8만8157원이 됐다. 우리가 따로 평가해봐도 현대중공업(3일 종가 11만4500원)보다 살짝 낮은 가치다. 이 정도면 됐다, 서로가 만족한다고 합의를 봤다.
-주가가 변하면 합의는 어떻게 되나
1월 한달간 주가를 지켜보고 제시를 하게 된다. 최근 조선업 업황이 회복된 만큼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서로 합의되면 현금과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대납하고, 안 맞으면 현금 전액으로 지급한다. 만약 주가가 너무 내리면 우리 입장에서는 주식을 많이 줘야 하니 확정된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그럼 고이자율은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건가
그렇다. 기존 계약은 완전히 없어졌고 계약을 새로 바꾼 거다. IMM PE는 한달 내로 평가해서 현금과 주식을 받을지, 전액 현금을 받을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현대삼호중공업 주식을 다 취득해 95.7%를 보유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