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누리 "한국 민주주의가 이렇게 쉽게 허물어질 줄 몰랐다"

한국 사회의 퇴행 현상...파시즘 소생·수구의 귀환·신자유주의 부활

"최근의 역사는 군사독재→자본독재→검찰독재로 이행하고 있다"

"해방 이후 수구와 보수가 서로 결탁해서 과두지배하는 체제 유지"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한국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는 블랙홀"

독일의 철학자 '테오도르 아도르노'가 1960년대 독일 사회에 팽배한 ‘일상의 파시즘’을 비판하면서 던진 말이다. 김누리 중앙대학교 교수는 아도르노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사회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했다.

김누리 교수는 6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지난 1년 동안 거대한 퇴행이 있었다. 한국 민주주의가 이렇게 쉽게 허물어질 줄 몰랐다"며 한국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는 파시즘이 소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두가 강자와 동일시한다. '강자 동일시'는 전형적인 '일상의 파시즘' 태도다. 약자를 혐오하고 연민을 느끼지 않는 이런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그 다음 대표적인 경향이 '동조 강박'이다. 다수가 하면 무조건 동조해야 된다는 강박이 지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정적인 특징은 폭력성·공격성이다. 한국 사회처럼 폭력적인 사회가 없다. '혐오 정치'를 넘어 '파시즘'이 소생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경향들은 민주사회 시민들의 태도가 아니라 파시즘 사회의 태도"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수구의 귀환과 신자유주의 부활도 한국 사회의 퇴행 현상으로 꼽았다. 그는 "역사에서 사라져야 할 수구들이 속속 귀환하고 있다. 최근에 이명박 대통령 사면을 보면서 그 집 앞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자유주의 종언의 시대에 한국에서는 신자유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펼치는 거의 모든 것들이 신자유주의의 정책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노동정책·재벌정책·조세정책·교육정책을 보라.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고 국가는 시장의 마름(중간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것들이 자행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김 교수는 "최근의 역사를 돌아보면 군사 독재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이행한 사회가 아니다. 그것은 완전히 착시"라면서 "군사독재에서 자본독재로 이행을 했고 최근에는 자본독재에서 검찰독재로 또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독재는 일종의 '테크노크라시'(기술관료 지배)라고 하는데 지금 한국에서는 법 기술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검찰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면서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의 근원적인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정치민주화는 어느 정도 이루어냈는데 사회민주화가 전혀 이루어져 있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민주화도 안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민주화의 결여는 불공정사회를 만들었다. 경제민주화의 결여는 불평등 사회를 만들고 문화민주화의 결여는 권위주의 사회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치와 언론의 공생관계에 대해서도 비판하면서 정치권의 구도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변화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국은 정치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해방 이후 70여년동안 수구와 보수가 서로 결탁해서 과두지배하는 체제를 유지해 오고 있다"며 "이러한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는 한 한국 사회에서 올바른 정치는 기대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언론도 거대한 기득권 정치 계급에 기생해서 70년동안 같이 살아왔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또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적은 선거제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선거제도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왜곡시키고 있다. 지역 감정을 통해서 또 제도적 차원에서도 왜곡돼 있다"며 "소선거구제라고 하는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한국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키는 블랙홀"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