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2일 1.7조 발행...금리 4.0~4.5%
지난해 한전채 물량 31.8조...6배 법안 통과로 증가할 듯
한국전력공사가 올해만 벌써 1조7500억원의 채권을 찍어내면서 자금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발(發) ‘돈맥경화’ 때처럼 한전채가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일지 모른다는 우려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이날 4400억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2년물 1100억원, 3년물 3300억원이며 발행금리는 각각 4.0%, 4.08%다.
이달 3일에는 2년물 2000억원(4.4%), 3년물 3200억원(4.5%) 등 5200억원을 조달했다. 이어 5일 2년물 1400억원(4.2%), 3년물 2400억원(4.3%) 등 3800억원, 9일 2년물 1300억원(4.20%), 3년물 2800억원(4.28%) 등 41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올 들어 벌써 1조7500억원 규모다.
한전은 지난해 31조8000억원의 대규모 물량을 쏟아내 채권시장 왜곡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신용등급 ‘AAA’인 한전이 최대 5.99%의 고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비우량 기업을 몰아내는 ‘구축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예결원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채 발행은 12.4% 감소했지만 한전채 등 특수채는 26.3% 증가했다.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이후 정부가 50조원 이상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시장안정대책 점검회의를 통해 회사채·기업어음(CP) 금리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AA- 3년물 회사채금리는 지난해 10월 5.73%에서 전날 4.78%까지 진정됐고, CP금리는 지난달 5.54%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4.90%로 내렸다.
특히 우량물 중심으로 매입수요가 발행규모를 넘어서는 등 개선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는 비우량 회사채·CP까지 안정화되도록 비우량물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전기요금의 점진적 인상과 재정건전화 자구노력 등을 통해 한전채 발행규모를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지난해말 한전채 발행한도를 기존 2배에서 6배로 늘리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전채 발행규모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국회가 한전채 발행한도를 확대한 건 한전의 자금줄이 막혀 전기요금이 폭등하고 전력사업이 멈춰서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법안은 5년 일몰조항에 따라 2027년 말까지만 유지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작년말 한전채 발행잔액은 72조원, 별도기준 자본총계는 23조원으로 추산된다. 올해까지 순발행이 지속하나 2024~2027년 4개년 동안 연간 3조원 안팎의 순익을 기록해야 일몰 이후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