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 이동 막는 뇌혈관장벽 개방해 약물 전달률 높여
고집적 초음파수술 이용한 뇌혈관장벽 개방수술 획기적 치료
◆…자료사진:로이터통신
국내 연구팀이 치매 약물 전달을 막는 뇌혈관 장벽을 일시적으로 열면 치매 항체 치료제의 전달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장진우 연세의대 신경외과 교수 연구팀과 김혜선 서울의대 약리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치매 유발 생쥐의 뇌 해마 부위에 위치한 뇌혈관 장벽을 고집적 초음파로 개방해 항체 치료제 전달률을 8.1배 향상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신경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 '중개 신경퇴화'(Translational Neurodegeneration)에 게재됐다.
치매는 독성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에 쌓이며 뇌세포를 파괴해 발생한다. 현재 치매를 치료하는 방법은 약물 외에는 없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로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유일한 약물이다. 그러나 뇌혈관장벽 때문에 고용량을 투여해야 하는 만큼 부작용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다.
약물 치료의 걸림돌 중 하나는 뇌혈관장벽이다. 뇌혈관 장벽은 선택적 투과성이 매우 높아 병원체와 혈액 속 잠재적 위험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보호기능때문에 치매 항체 치료제 약물 전달을 방해해 약물을 고용량 투약해야 한다.
연구팀은 2021년 광범위한 전두엽의 뇌혈관 장벽을 초음파 수술로 안전하게 개방하는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보고했다. 동시에 아밀로이드 베타 감소는 물론 행동 심리검사에서도 일시적이지만 치매 환자의 증상 호전을 확인한 바 있다.
후속 과제로 진행한 이번 연구에서는 치매를 유발시킨 생쥐를 대상으로 뇌혈관장벽 초음파 개방수술 후 항체 치료제의 안전성과 효과를 증가시키는 방안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치매 유발 생쥐의 뇌혈관 장벽을 초음파로 개방 수술만 한 그룹(수술군), 항체 치료제인 아두카누맙 투약만 한 그룹(약물투여군), 뇌혈관 장벽 초음파 개방 수술과 아두카누맙 투약을 동시(병행군)에 같이 한 세 그룹으로 나눠 실제 치매 증상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병행군은 약물투여군에 비해 아두카누맙의 전달량이 8.1배 높았고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량도 2배 많았다. 수술군은 투약하지 않았어도 아밀로이드 베타가 줄었다.
이와 함께 'Y-미로' 검사에서도 병행군은 대조군(치매 생쥐)에 비해 인지기능이 40% 정도 호전된 것이 관찰됐다. Y-미로 검사는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쥐의 습성을 이용해 쥐가 세 갈래 길에서 얼마나 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고 새로운 길로 가는지를 관찰하는 인지기능 확인 실험이다.
장 교수는 "이미 임상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된 뇌혈관 장벽 초음파 개방 수술과 아두카누맙과 같은 새로운 치매 항체 치료제를 병행하는 임상 연구를 조만간 이어갈 계획"이라며 "치매를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가운데 고집적 초음파수술을 이용한 뇌혈관 장벽 개방 수술은 불치병으로 여겨지는 치매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