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예방·피해지원 방안' 발표
전세금 반환보증 대상, 전세가율 100→90%로
공시·실거래가격 없을때만 감정평가 허용키로
집주인 체납, 빌라 시세 알려주는 '앱'도 제공
중개사가 임대인 체납 보도록…"권한·책임 강화"
◆…정부는 2일 "전세 사기의 유인을 차단하고 피해 발행시 지원을 강화하는 범정부 차원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말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피해 상황을 호소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 연합뉴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증가에는 보증제도 악용, 전문 자격사 가담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은 매매가의 100%까지 보증가입을 허용하고 있는데, 대책에 따라 오는 5월부터는 전세가율 90%까지만 보증해준다. 현재의 보증 범위가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갭투자, 중개사의 깡통전세 계약 유도에 악용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미 계약을 체결한 임차인 보호를 위해 유예기간(통상 계약체결에서 잔금납부까지 2~3개월 소요)을 주고, 기존 보증갱신 대상자에 대해선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연소득이 5000만원(종전 4000만원 이하)을 넘지 않는 임차인에 대해선 반환보증의 보증료 할인율을 현 50%에서 60%로 높인다.
감정평가사가 시세를 부풀리는 식으로 보증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막는다. 그간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임대인과 모의해서 시세를 부풀리고 전세사기에 가담한다는 지적이 컸다. 이에 앞으로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에만 적용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해준다. 정부는 "전세가율 조정,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방지 등 과제는 HF와 SGI도 동일하게 적용 추진한다"고 했다.
임대사업자가 임대보증 의무가입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없다고 임차인을 안심시킨 뒤, 실제론 깡통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보증에는 가입하지 않은 식이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임차인 거주 주택은 보증을 가입해야만 등록을 허용하고, 미가입 시 임차인에게 통보해서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설계한다. 또 보증 미가입으로 등록이 말소된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 추가등록을 제한한다.
신축 빌라 시세와 위험 매물정보를 담은 HUG의 '안심전세 앱'을 출시한다. 이 앱에서는 연립·다세대, 소형 아파트의 시세와 전세가율·경매낙착률 정보를 제공한다. 전세가율 기준으로 '해당 주택은 전세금 2억1000만원 이하로 계약을 권유드립니다'라고 안내하는 식이다. 이달부터는 수도권, 오는 7월까진 지방 광역시에 더해 오피스텔까지로 공개 대상 범위를 넓힌다. 또 임차인이 위험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도록 보증사고 이력 등 임대인 정보를 제공하고, 세금체납 정보(7월까지 확인되도록 개선)도 앱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임대차 계약체결 후에도 보증금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심사할 때 '확정일자 확인 후 대출을 진행하는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는 우리은행에서 시범사업 중에 있다. 또 중개사 범용 계약서에 대항력 확보 전에 근저당을 설정할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특약도 반영할 예정이다.
◆…정부는 2일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 방지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사진 연합뉴스)
공인중개사에겐 공적 의무를 더 짊어지게 한다. 대부분의 임차인은 공인중개사를 믿고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데도, 일부 공인중개사가 직접 사기에 가담하거나 임차인의 권리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따라서다. 정부는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 방지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책엔 중개사가 임대인의 세금·이자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전입세대 열람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세사기 방지 특약이라든지 등기부에 포함되지 않는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 계약을 진행할 때 유의해야 할 부분을 중개사가 확인하고, 전세가율·전세보증 상품 등에 대해서도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할 계획이다. 임차인이 위험 중개사를 선별하도록 중개사의 영업 이력 공개범위도 확대한다.
공인중개사, 감정평가사가 전세사기에 가담하다 적발됐을 땐 강도 높은 처벌을 내린다. 공인중개사가 사기를 가담했다면 '원스트라이크 아웃' 요건을 확대한다. 금고형(집행유예 포함) 선고를 받더라도 자격을 취소하는 식이다. 사기에 가담한 감정평가사에 대한 자격 취소 사유도 금고형 2회에서 1회로 강화할 예정이다.
전세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주거 지원도 돕는다. 저리대출의 보증금 요건을 3억원까지 완화하고, 대출액 한도는 가구당 2억4000만원까지 늘린다. 이 조치는 내달 시행한다. 또 전세사기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셋집에 거주해야 하는 임차인에 대해서도 기존 전세대출을 1~2%대 금리로의 저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 상품도 내놓는다(5월). 전세사기 피해자가 불가피하게 거주 주택을 낙찰받았어도 무주택자로 본다(5월). 피해 임차인이 공시가격 3억원 이하(지방 1억5000만원)이면서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낙찰받을 때다.
정부는 전세사기 의심사례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한다. ①임대차 약 후 단기간 내 대량 매입·매도를 하거나 ②전세가율 100% 이상 주택을 대량 매입했을 경우다. ③매매신고 후 신고 취소하면서 그 사이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④임대차 확정일자 당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전세사기 의심거래로 보고 검증에 들어간다. 정부는 "안심전세앱 기능 확대·보증제도 악용방지 등 정부 차원 조치는 즉시 착수하고,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 법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국회와 적극 협의해서 조속히 입법 조치를 완료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