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요건 없애고 주택가격 상한 높여 대출 문턱 낮춰
기존 주담대→특례보금자리론...중도상환수수료 없어
시세 9억원 아파트 대상으로 중저가 아파트들 수혜
일시적 2주택자도 기존 주택 2년 이내 처분하면 가능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30일 오후 서울시내 SC제일은행 한 지점 외벽에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1.30 사진:연합뉴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서민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한 특례보금자리론이 30일 출시됐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 마련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존 모기지인 안심전환대출과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을 통합해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주택금융상품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출시 당일부터 한국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 수천명이 몰리면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 신규 구입뿐만 아니라 상환용도(기존 대출상환), 보전용도(임차보증금 반환)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주담대에서 특례보금자리론으로 갈아탈 때 중도상환수수료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대출 만기에 따라 4.25~4.55%의 일반형과 4.15~4.45%의 우대형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전자약정방식(아낌e) 신청 △사회적 배려층△저소득청년 △신혼가구 △미분양주택 등의 우대금리 혜택을 중복해서 받으면 최대 0.9%p까지 낮아진다.
또 소득 요건을 없애고 주택 가격의 상한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여 최대 5억 원까지 신청이 가능하도록 대출 문턱을 크게 낮췄다. 특히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지 않아 대출 한도를 늘리는 데 유리하다. 일시적 2주택자도 기존 주택을 2년 이내 처분하는 조건으로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시중은행에서 받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금리 차이가 크지 않아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는 금리 면에서 큰 이점이 없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이 부동산 가격의 하락폭을 다소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는 있지만 V자형 반등은 어렵다고 전망하면서 "군불을 떼는 효과보다는 그냥 옹기를 약간 집힐 수 있는 정도"라고 진단했다.
박 위원은 "시세가 9억 아파트 대상이어서 사실상 중저가 아파트들이 수혜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며 "한 정보업체 조사를 보니까 전국에서 시세가 9억 원 이하인 아파트가 전체의 79.8%로 10채 중에서 8채 정도가 해당이 된다. 서울은 노원구가 80% 정도, 구로구가 65% 정도"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대출을 해서 사려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하반기 들어서 다소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위원은 "대출 이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집값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이라면서 "당장 집을 사야 될 분들은 가격 메리트를 보고 판단하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아파트 기준으로 고점 대비 서울은 30% 이상, 수도권은 40% 이상 떨어진 곳에 가서 베이스캠프를 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보수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소득이나 물가에 대비해서 집값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도 괜찮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