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발표 초읽기...증권업계 채비 분주

코인거래소, 상장폐지 우려에 "증권성 자체 검토해 법 준수"

한국거래소 디지털증권시장, 증권사 장외 유통플랫폼 준비 중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6일 토큰증권 발행(STO) 관련 제도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19일 제6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STO를 허용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금융위는 이날 토큰증권 투자자의 재산권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증권사를 통하지 않고 발행토록 하며, 장외 유통플랫폼을 제도화하는 안건을 논의했다.

토큰증권이란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증권성이 있는 권리를 토큰 형태로 발행한 것이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세미나에서 "증권형토큰이라는 표현은 가상자산시장 쪽 뷰(관점)"라며 "전자증권의 일종으로 흡수하는 만큼 가급적이면 '토큰증권'으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증권성' 판단이 핵심이 되면서 기존 가상자산의 상장폐지 우려가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기존 가상자산 중 증권형을 분류될 자산의 상장폐지 우려가 크다"며 "STO 제도 정립이 당장 증권형 가상자산의 상장폐지가 목적은 아니지만 추후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성' 판단 원칙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매체가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거래소에 토큰증권을 분류해 거래종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하면서 줄상폐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는 지난 1일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자체적으로 검토해 증권인 경우 거래지원을 하지 않는 등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고자 지속 노력해오고 있다"고 해명했다.

가상자산업계 "증권이면 사업 어려워"...증권업계 "주도적 역할 기대"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가상자산업계와 증권업계의 반응에 온도차가 나타났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는 증권으로 분류되는 디지털자산은 상장 유지가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가상자산사업자도 발행자산이 증권으로 분류될 경우 규제 준수 비용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는 토큰증권의 상장과 유통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토큰증권은 한국거래소가 개설하는 디지털증권시장에 상장하고 증권사가 장내 유통을 담당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장외시장 거래는 증권사가 매매 중개를 맡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STO 플랫폼 출시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플랫폼 구축을 위해 한국정보인증, 블록체인 전문기업 페어스퀘어랩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뮤직카우와 비브릭, 카사, 펀블, 테사 등 조각투자 업체와 MOU를 맺으며 잰걸음 중이다.

신한투자증권이 핀테크 기업 에이판다를 통해 추진하는 토큰증권 플랫폼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정부의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됐다.

KB증권 역시 지난해 11월 SK C&C와 토큰증권 플랫폼을 구축하고 핵심기능 개발을 마쳤다. 상반기 내 서비스 출시가 목표다.

SK증권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펀블과 업무협약을 맺고, 블록체인 기반 부동산 디지털 유동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대신증권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코리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증권 유관기관들도 토큰증권 관련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디지털사업부'를 신설해 디지털증권시장 개설 및 블록체인 기반 혁신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도 토큰증권의 발행·유통 플랫폼 구축방안을 연구 중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출범을 예고한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에서도 토큰증권 도입을 예정하고 있다.

"부동산, 선박금융 등 대체자산 토큰화로 시장 확대 전망"

토큰증권은 발행자 입장에서 자금조달 채널 확대,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처 다양화라는 장점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조각투자를 넘어 부동산, 선박금융 등 대체자산이 토큰증권으로 편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STO가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토큰증권의 유동성이 중요한 만큼 거래효율성 증가, 비용절감 등 실질적 효과가 중요할 것"이라며 "산업의 업사이드(상승여력)는 부동산 STO 등 비유동성 자산 토큰화로 생겨나는 시장 규모가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부동산과 저작권, 대출채권 등의 토큰화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통시장이 잘 구축된 자산보다는 부동산, 선박금융 등 대체자산이 토큰화에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