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사 부동산PF 2.4조 회수 예상...분양가 할인해 연착륙해야"

나신평 "25개사 PF노출액 28.4조...올해 만기도래 9.7조"

34% 할인분양 여력 보유...2.4조 회수할 듯

"고분양가 고수보단 합리적 분양가 제시가 연착륙에 도움"

증권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져(노출액) 규모가 매우 크지만, 준공까지 이어진다면 최종 투자원금 회수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올해 만기도래금액 중 2조4000억원 가량 회수될 것으로 추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6일 '증권사 부동산PF 투자자금 회수여력과 리스크 대응능력 점검' 보고서를 통해 "단기금융시장 진정세와 별개로 부동산PF의 최종 자금회수와 관련된 분양시장은 위축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근본적 위험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나신평에 따르면 최근 높은 금리수준과 부동산 가격하락에 따라 수요가 위축된 가운데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고 초기 분양률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물량은 전년대비 284.6% 급증했다.

전세가격 하락폭 심화와 올해 높은 입주예정 물량도 수요심리 회복을 해치는 데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전세가격 하락률이 매매가격 하락률보다 높았으며 올해 전국 아파트 순입주물량은 전년대비 9.3%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부동산 시장 변화에 따라 자금 회수 여부가 결정되는 PF 익스포져와 관련해 증권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유효등급 보유 25개 증권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져 규모는 28조4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향후 부동산PF 대상 건축물의 완공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경우 증권사의 투자원금 최종 회수에 있어 평균적으로 약 34% 정도의 할인분양 여력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존 분양가로 분양해 34%의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거나 기존 분양가 대비 34% 대폭 할인해 전량 분양될 경우, 사업수지는 저하되더라도 증권사의 우발 및 대출 익스포져는 모두 회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들 증권사의 부동산PF 익스포져 28조4000억원 중 올해 만기도래 금액은 9조7000억원이다. 이중 분양을 통해 투자자금 회수가 가능한 분양형 본PF 사업장 익스포져는 3조7000억원으로 파악됐다.

나신평은 "사업장의 현재 공정률을 감안 시,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분양대금을 통해 자금 회수가 무리없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은 2조40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용등급별로는 초대형 증권사가 포함된 AA급 이상 증권사의 경우 만기도래 부동산PF 익스포져의 20.4%에 해당하는 8000억원 정도가 회수될 것으로 분석됐다. AA-급 증권사는 35%에 해당하는 1.4조원, A급 이하 증권사는 11.7%에 해당하는 2000억원 정도의 익스포져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나신평은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증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PF 익스포져 사업장의 공정률이 저조하다는 점"이라며 "공정률을 높이고 준공 및 분양대금 유입까지 이끌어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엑싯(EXIT) 분양률 미달 분양형 본PF 약정잔액 11조9000억원 중 공정률이 저조한 사업장 익스포져는 9조6000억원(81%)이다. 공정률이 저조하다는 것은 부동산PF 대상 건축물의 준공까지 투입 자금과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그만큼 증권사의 재무부담이 증가하는 요인인 셈이다.

나신평은 "고분양가를 무리하게 고수하다가 곤경에 빠지기보다는 달라진 사업환경을 반영해서 PF사업을 재구조화해 합리적인 분양가를 제시하는 것이 연착륙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하지 못하면 작은 크레딧 이벤트에도 부동산PF로 인한 금융불안이 반복될 수 있으며 증권사의 리스크 역시 상시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 위축국면이 지속되면 올해부터는 부동산PF 리스크 관리능력에 따라 증권사별 신용위험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