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 '국내 은행지주의 거버넌스 이슈 및 개선방안' 보고서
美 배심원 제도 참고...사외이사만의 비공개 간담회 정기개최 의무화
CEO 경영승계, 숏리스트 상시 검증 필요성
◆…국내 4대 은행 간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국내 은행지주의 거버넌스 이슈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무용론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사법부의 배심원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융연에 따르면 2001년 우리금융 출범 이후 은행지주들은 자산 및 순이익 등 규모 측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그러나 거수기 수준을 탈피하지 못하는 이사회 운영, 주총시즌만 되면 어김없이 제기되는 경영 승계의 불투명성,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옥상옥'의 지주회사 역할 등 거버넌스 이슈로 공격받고 있다.
김 선임은 "그러나 안건 대부분은 이전에 개최된 정기이사회에서 반복해 논의되기 때문에 이미 이사 상호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사안"이라며 "새삼스럽게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고 많은 안건이 법적 요건을 갖추기 위해 이사회에 보고되거나 결의를 얻는 거라 논쟁할 만한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계획 승인과 같이 경영진과 이사회간 이견을 보일 수 있는 안건의 경우 충분한 토의가 되도록 이사회 개최 전에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한다"며 "안건 통과비율, 반대의견 비중 등에 의존해 이사회의 거수기 역할을 운운하는 지적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선임은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제도가 금속탐지기와 같은 예방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봤다. 울리지 않는다고 역할이 없는 게 아니라 예방적 조치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경영진은 통과될 가능성이 낮은 안건의 경우 부의 자체를 꺼리게 됐다"며 "이는 보고할 사안이 있는데 이사회에 상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경영활동을 애초부터 추진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김 선임은 '일하는 이사회'를 만들기 위해 전·현직 CEO의 사외이사 선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회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경영진이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드는 자문 역할을 하는 만큼, 전·현직 CEO나 금융전문가가 이상적인 사외이사 후보라는 것이다.
그는 "국내 금융권의 순혈주의와 후보자의 이해상충 문제 등으로 인해 인력의 풀이 대단히 부족하다"며 "전문성 있는 사외이사의 확보가 중요한 만큼 사외이사의 보상수준이나 임기에 대한 정부의 긍정적인 시각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사외이사만의 비공개 간담회의 정기개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더욱 심도 있는 토론이 이사회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미국 사법부의 배심원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은행지주 CEO의 경영승계 계획과 관련해서는 "내부 임원 및 외부 명망가 위주의 롱리스트를 형식적으로 관리하기보다 숏리스트의 후보군을 우선 선정하고 상시적인 접촉 및 의견청취 등을 통해 후보군의 능력과 자질을 평상시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이사회가 후보자의 성품이나 업무 능력,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나 위기관리 대처 능력 등을 지켜볼 기회를 얻어야만 제대로 된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