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칼로리 음료의 배신'...피 굳게 만들어 뇌졸중 위험 ↑

설탕 대체 감미료로 많이 쓰이는 '에리스리톨'이 피를 굳게 만들어 심장마비·뇌졸중 등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헬시플레저'가 새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에리스리톨, 자일로스,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스테비아, 알룰로스 등이 설탕 대체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헬시플래저'란 단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는 건강관리의 즐거움을 말한다.

특히 '에리스리톨'은 과일과 채소에서 발견되는 당알코올의 일종으로 설탕의 70~80% 정도 되는 단맛을 가지고 있다.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체내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되며 혈당지수가 낮아 저칼로리 대체당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달 27일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러너 연구팀은 에리스리톨 섭취와 심혈관질환 간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2004부터 2011년까지 심장 질환 위험요소가 있는 미국인 1157명의 대상자를 선별해 과거 코호트 연구(추적 조사) 결과를 조사해보았더니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가 상위 25%인 사람들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하위 25%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미국인 2149명과 유럽인 859명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에리스리톨 섭취량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심장마비나 뇌졸중, 3년 내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어 동물실험에서도 에리스리톨이 혈소판을 활성화시켜 혈전증을 증가시키거나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혈소판은 상처가 생겼을 때 혈액을 멎게 해주는 혈구의 일종으로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혈전(피가 굳어진 덩어리)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혈전이 혈관을 타고 심장이나 뇌로 이동하면 각각 심장마비와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자원자 8명에게 에리스리톨이 30g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게 했다. 그런 다음 혈장 수치를 조사했더니 자원자들의 혈중 에리스리톨 수치는 4마이크로몰에서 6000마이크로몰로 급증한 뒤 몇 시간 동안 유지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덴버 내셔널 주이시 헬스(NJH)의 앤드루 프리먼 박사는 "에리스리톨 사용시 혈액 응고 위험이 있는 것 같다"며 "식단에서 에리스리톨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저열량 감미료업계 단체칼로리 통제협회(CCC)의 로버트 랭킨 상임이사는 "이같은 연구결과는 에리스리톨이 안전하다는 수십 년간의 연구와 상반된다"며 "연구 참가자들이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상인들에게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연구의 저자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일반적인 가공식품에 함유된 에리스리톨이 혈소판을 활성화시켜 혈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에리스리톨이 심장마비·뇌졸중과 같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대규모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상동맥 질환과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심혈관질환 위험이 큰 사람은 인공 감미료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