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욕심 지나친 美반도체법, 주저앉을 수 있다"

미국 반도체칩과과학법(반도체법)이 너무 많은 목표를 달성하려다가 되레 주저앉을 수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FT)가 5일(현지시각) 사설로 비판했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제조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2800억달러규모의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이 가운데 일부인 390억달러에 대해 미국 기업의 신청이 시작됐다. 또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청정에너지에 대한 3700억 달러의 보조금이 책정됐다.

FT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법안을 통해 미국을 첨단 반도체 제조 강국으로 만들고 싶어 하나 지나치게 많은 목표 설정으로 성공 가능성을 위태롭게 한다고 봤다.

FT에 따르면 국가산업 정책의 규칙 가운데 하나는 '적게 쓰는 것'이다. 선진국은 '승자'를 돕기 위해 광범위한 개입을 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히며 개입하고 있다.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현재 12%이다. 과거 1990년에는 37% 수준이었다. 인공지능과 고성능 컴퓨팅 등 최첨단 반도체의 경우 대만이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FT는 그다음 규칙으로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고수하는 것'이라면서도 미국 행정부가 너무 많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와 연구개발 시설을 가진 클러스터를 최소 2개 조성하길 바라고 있다. 기업이 지원받기 위해선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에서 생산 시설을 확장하거나 자사주 매입 등을 할 수 없다.

아울러 정부와 합의한 수준보다 높은 수익에 대해선 공유해야 하고 저렴한 보육 서비스 등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 가운데 일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종합해서 보면 하나의 비전 아래 너무 많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FT가 꼬집었다.

FT는 반도체 제조 기업이 미국을 떠난 이유는 미국 내 생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비용과 규제를 하기보단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만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 인도 대만, 중국 등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과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FT는 미 행정부가 반도체 자급자족을 목표로 할 것인지, 우방국을 통한 공급망 구축을 목표로 할 것인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후자를 목표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