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는 9일 공개할 2024 회계연도 예산안에 '세금 인상' 부분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버지니아주(州) 버지니아비치에서 행한 연설에서 "억만장자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며 "예산안 발표 시 내가 제안하는 모든 세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발표된 예산안을 통해 향후 10년간 미 연방정부 적자를 2조 달러 줄이겠다는 목표점을 제시한 상태다.
미 의회예산국(CBO)의 진단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주요국의 조세동향'에 따르면, CBO는 지난해 12월 향후 10년간 3000억 달러 이상의 예산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2023~2032년까지의 미 연방 예상 적자를 국내총생산(GDP) 평균의 5.1%(또는 1조6000억 달러)로 추정했다.
CBO는 그러면서 제시한 게 사회보장급여세가 적용되는 최대과세소득의 인상이다. 2022년 기준 사회보장세가 적용되는 최대과세소득은 14만7000 달러, 사회보장급여세는 12.4%다. CBO는 최대과세금액 미만의 소득 외에 25만 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개인소득세를 인상하는 부분도 거론했다. 구체적으로 일반 소득에 대한 모든 법정 세율을 1%포인트 인상, 소득에 대한 상위 4개 과세구간의 법정 세율 2%포인트 인상, 표준 공제액과 인적공제의 합계를 초과하는 조정 총소득(AGI)의 1%포인트 추가 세금부과를 제시했다.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상하거나, 저소득 임대주택의 개발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폐지도 꺼내고 있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최저 법인세율(15%)을 도입하는 등 대기업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대기업·집주인에 초점을 맞춘 감세 정책을 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은 지난해 말 국회 논의과정에서 '부자만을 위한다'는 논란으로 일부 손질되며, 감세 규모는 줄었다. 하지만 감세는 조(兆) 단위로 재정에 부담을 줄 만큼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2년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라 향후 5년(2023~2027년)간 '64조4081억원 감세'가 전망된다. 연간으로는 13조원(12조8816억원)에 육박한다. ①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고 ②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2년 유예하며 ③주택분 종합부동산세의 기본공제액을 9억원(1주택 12억원)으로 상향·세율을 인하(2.2~6.0%→2.0~5.0%)하는 등의 조치에 따라서다.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곳간 사정은 좋지 않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0조원을 넘어섰다. 세수가 더 걷혀도 걱정이던 나라 살림은, 이제 덜 걷힐까 어쩌나라는 우려가 나온다. 1월 국세 수입은 42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조8000억원이나 급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로 빚을 낸다면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작년 7월 재정준칙 법제화(관리재정수지 적자 GDP 3% 이내로 제한)를 공식화했으나, 이 법안은 아직까지 국회 문턱에 막혀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윤 정부의 감세 정책을 두고 "60조원 이상의 세입기반이 축소되면서,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대비할 종잣돈을 포기했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