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가 아파트 가격 담합을 막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실거래가 공개, 시세발표 중단 등의 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지난 7월에 발표한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적발 건수가 거의 없는 데다, 건교부가 공개한 실거래가보다 오히려 시세가 더 낮은 단지가 포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담합 아파트 조사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 '버블세븐'지역 2차에도 빠져
11일 건교부에 따르면 2차 조사에서 적발된 41곳의 담합 아파트 가운데 버블세븐 지역에 속한 곳은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 신일해피트리가 유일했다.
이처럼 서울 강남,목동,성남 분당 등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버블세븐지역'이 모두 빠짐으로써,최근 3년여 동안 가격이 폭등했던 이들 지역은 은연중에 정당화되거나 인정받는 꼴이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들 지역에 대해서도 정밀조사를 벌였으나 용인 1곳 외의 지역에서는 담합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실거래가보다 낮은 곳 '수두룩'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담합 사례로 적발된 아파트 상당수가 실거래가보다 평균 시세가 낮았다는 점.담합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린다는 건교부의 주장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실제 실거래가격이 국민은행 평균시세보다 높은 곳은 41개 적발단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8곳에 달했다.
부천 소사구 범박동 현대홈타운 51평형은 가장 최근 신고된 실거래가액이 5억6000만원으로 11일 현재 국민은행 평균시세인 4억8000만원보다 무려 14.29% 높았다.
부천 원미구 상동 반달마을 신라극동 32평형도 실거래가격이 시세보다 10% 이상 비쌌다.
건교부는 이에 대해 양도세 회피 목적으로 실거래가격을 높게 만드는 '업계약서'를 쓰거나 조망권 등에 따라 주변 시세보다 비싼 거래가격이 포함돼 있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시세보다는 담합행위 적발에 무게를 두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거래가 공개를 통해 정상가격을 유도하겠다는 건교부의 당초 취지는 그만큼 설득력을 잃게 됐다.
부동산114 김규정 팀장은 "실거래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단지의 경우 오히려 정상적인 매매 하한선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천상동 사랑마을 청구 38평형의 경우 실거래가격이 3억1500만원인 데 비해 평균시세는 4억5000만원으로 42.86%나 비싸 담합에 따른 가격 왜곡이 가장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 비전문가 동원,조사방식 한계
건교부의 담합 조사방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조사기간이 턱없이 짧은 데다 비전문가로 구성된 인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정밀한 조사결과를 의심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건교부는 이틀간 진행된 2차 조사에서 건교부 내 물류혁신본부,생활교통본부 등 관련부서와 상관없는 직원들도 조사에 참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하기관 중에서도 연관성이 있는 주공,토공 직원이 빠진 대신 항공청,항공안전본부,건설교통연수원 등의 직원이 다수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건교부 한 관계자는 "업무량이 많아 조사인력을 확보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문성이 떨어져 플래카드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 외에 담합 여부를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경닷컴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