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금덕 할머니, 국회 외통위 회의 참고인 출석
"뭐하는 정부인가. 대통령보고 옷 벗어라 하고 싶다" 성토
野 의원들 "민법상 피해자 동의없이 제3자 변제 불가능…해명 없어"
강제징용 피해자, '제3자 변제 거부 의사' 내용증명 전달
◆…강제징용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긴급현안질의 참고인으로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13일 정부가 추진하는 '제3자 변제' 방안에 대해 "절대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을 안 받을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외교의 밑바닥을 보였다며 대법원 판결을 뒤집음으로써 법적 논란의 여지가 굉장히 많다고 비판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야당 단독으로 소집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고인 자격으로출석해 "95(세)인 나는 거짓말도 안 하고, 내가 지키고 있는 사실대로만 말하겠다. 이 정부가 뭐하는 정부인가. 대통령보고 옷 벗어라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 할머니는 "대통령이 대통령만 되면 다 되나"라며 "대통령이 나라를 잘 만들고, 우리 동포가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인데, 이게 뭔가"라며 비판의 운을 뗐다.
이어 "내가 어려서 일본 교장이 '너는 머리가 좋으니까 일하러 가서 공부도 하고 유학도 보내줄 게 가라'고 한 것이, 일만 세빠지게 했다"며 "나도 자식이 있고, 나라에 세금 물고 살아도 내 마음 알아줄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당신들은 뭐 하는 양반들인가. 우리나라에서 당신들이 마음대로 못 하면 누가 할까. 솔직히 그것이 나는 안타깝다. 말을 중지하지 말고 해라. 그래야만 우리나라가 똑바로 서고, 여러 사람들이 편안히 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외통위 회의에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회의는 야당 간사 이재정 민주당 의원 주재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합의되지 않은 의사일정이자, 오는 16일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의도가 의심된다며 회의를 보이콧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 여당이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또다시 일본에 약점을 보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국회는 반드시 열어야 될 이유가 있다. 우선 야당도 국익과 외교 앞에 여야의 당리당략에 앞서 초당적 국익을 생각한다"며 "야당과 이를 반대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협상의 과정에서 우리가 놓쳤던 또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수정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야당과 반대하는 목소리가 반영됨으로써 앞으로 있을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며 "즉, 일본 측에 성의 있는 조치를 끌어낼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제안한 안이 국회를 열 수 없을 정도의 국민과 야당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취약한 안임을 노출시킨 것"이라며 "우리 협상력 약화는 물론 국격을 손상한 것이다. 왜 정상회담 이전에 국회를 열어야 하는가. 정상회담 이후 (외통위를) 연다는 것은 스스로 우리의 협상의 고지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정부의 판단 착오, 수정·보완할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음으로써 법적 논란의 여지가 굉장히 많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한일 강제동원 협상 과정에서 한일간의 협약은 반드시 대법원의 판례를 벗어나선 안 된다는 것을 일관되게 주장했다"며 "대법원의 판단을 벗어날 경우 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그럴 경우 한일 관계는 다시 회복할 수 없을 정도의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피해자의 동의와 국민의 공감대 없는 합의는 지속 가능한 합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누차 강조했다"며 "지난 외통위에서 장관에게 서두르지 마라, 이 문제는 특히 대통령의 방일 방미에 맞추어서 서두른다면 그 자체가 협상 약점을 치명적으로 노출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시간에 쫓겨 하는 협상은 반드시 쫓기는 자가 실패한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비판했다.
김홍걸 의원은 "20세기엔 경술국치가 있었지만 이번엔 계묘국치가 나왔다고 한다. 대한민국 외교에 밑바닥을 보여줬다는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오늘 조의를 표하기 위해 검은 넥타이를 메고 왔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그동안 (정부의) 협상 자세를 보면 주일 대사가 지난 여름부터 일본 사람들을 만나면서 삼자 대위변제 얘기를 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 쪽 카드를 미리 보여준 셈"이라며 "또 지난 연말부터 군함도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등 일본이 민감하게 여길 부분에 대해서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법적으로도 문제가 심각하다. 민법의 대원칙은 피해자 동의없이 제3자 변제가 불가능하게 돼 있다. 피해자 지원 재단이 근거 없이 전범기업을 지원하고 그들의 채무를 대신 안아서 갚아주겠다고 하는 것도 배임의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에게서 팔 비틀려서 억지로 기금을 내놓는 기업들도 배임으로 고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수많은 유가족들이 대법원 판결을 받을 수 있는데 그 부분까지 채권을 소멸시키겠다고 하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굉장히 많다. 이런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해명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일본 측이 김대중-오부치 선언 등을 언급하면서 성의를 표시했다고 하는데 일본 측의 표현은 과거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겠다는 것"이라며 "과거 내각의 입장이 무라야마 내각이나 오부치 내각의 입장인지, 아베 내각의 입장인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제 강제징용 생존 피해자 3명 전원은 정부의 '제3자 변제'에 공식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지원단체, 일본제철 소송 지원단체 및 대리인은 제3자 변제를 맡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이날 오전 방문해 공식 거부 의사의 뜻을 담은 내용증명을 제출했다.
이미 지난 10일 제3자 변제 거부 의사를 담은 내용증명을 재단에 발송했고, 이날 직접 방문을 통해 문서를 전달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