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민교협 "강제징용 배상안, 철회가 해법"… 尹 "제3자 변제 합리적"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민교협)는 15일 정부의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배상안에 대해 "현실을 직시한다기보다는 이념 편향적"이라며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모두 벗겨주는, 엉뚱하고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대 민교협 의장을 맡고 있는 김명환 서울대 교수는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대학 교수로서 합당한 정치적 중립도 지켜야 하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여러 가지 문제로 사회 여론이 양극화되고 사실 왜곡이나 가짜 뉴스도 많은 상황에서 대사회적 발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번 정부의 강제 동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행에 관한 해법 제시는 너무 충격이어서 급히 성명서를 내고 기자회견도 가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 민교협은 1987년 민주화 직후 결성된 교수 단체로, 현재 약 50명의 교수가 소속돼 있다.

김 교수는 "우선 대법원 판결이 전혀 존중되지 않고 일본 기업의 책임을 사실상 면제해주는 내용"이라며 "또 생존한 피해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듯이 피해자 중심이라는 원칙도 사라졌다"고 비판의 운을 뗐다.

이어 "2018년 대법원 판결 당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의 해법도 일본 기업의 책임을 당연히 포함하고 있는 내용이었는데 이제 와서 그 후신인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이렇게 엉뚱한 얘기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고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여러 수출 규제 조치가 있었지 않나. 2019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일본이 사실은 정상적인 국제 교역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당한 압박이었는데 이것조차도 우리 정부가 진행하는 WTO 제소 절차 중단을 해야, 우리도 처리하겠다는 식의 일본의 오만한 입장은 더더욱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입장에 선 해법을 우리 정부가 낸 이유에 대해 '맹목적인 전 정부 때리기'와 '미국의 압박'을 지목했다.

김 교수는 "현실을 직시한다기보다는 이념 편향적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정책적 실패는 적지 않게 있었다고 본다"며 "하지만 문 정부의 정책들이 모두 잘못됐기 때문에 그것과 반대로만 나가면 다 옳다라는 식의 굉장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을 가지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모두 벗겨주는, 엉뚱하고 일방적인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압박도 상당히 있었을 것"이라며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또 미중 갈등 등으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겠다, 그 길만이 옳은 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중견 국가인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는 대한민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한반도의 평화에도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지금 눈앞에 보듯이 군사 긴장이 강화되는 것이다. 매우 곤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민교협이 촉구하는 해법에 대해선 "이해 당사자가 많은 일이고, 외교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해법을 당장 딱 내놓을 수는 없겠다"면서도 "이해 당사자들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보지만 일단 정부가 발표한 건 철회해야 한다"고 철회를 주장했다.

이어 "급하게 한일 정상회담이 정해져서 내일모레 열리기 시작한다. 거기서 어떤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며 "정부가 이 해법을 고집한다면 여러 지식인 사회나 시민사회에 굉장히 큰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당장 오늘내일 역사학계의 공동 성명서가 나오는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그 쉽사리 잦아들 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날 민교협은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8년 (피고 기업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며 "지금에 와서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이 굴욕적 해법을 제시하는 어이없는 언행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교협은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짓밟은 결정"이라며 "헌법적 질서에 대한 존중이 온데간데없이 실종됐으며 생존한 피해 당사자인 소송 원고의 반발이 보여주듯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일방적인 해법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생존 피해자들이 정부의 해법을 거부하는 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법적 절차는 그대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현 정부의 해법은 굴욕적이고 일방적일 뿐 아니라 위험한 발상이기도 하다"며 "현 정부는 한일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이 직전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편견에 차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동안 진행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완전한 실패로 규정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며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의 양식 있고 건강한 시민사회를 외면한 채 일본의 극우세력과 극우 정치권의 입장에 투항하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앞선 대법원 판결은)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그 불만으로 2019년 수출규제조치를 통해 국제 교역질서를 어지럽히며 한국 정부를 부당하게 압박했고 이것이 한일관계 악화의 가장 가깝고 큰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국민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尹대통령 "구상권 문제, 걱정할 것 없다"

 
'제3자 변제'는 우리 측 재단이 배상금을 피해자들에게 대신 지급하고 나면 일본 피고 기업에 돈을 달라고 할 권리인 '구상권'이 생긴다. 하지만 정부는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고 우리와 일본 경제단체의 미래 세대를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3자 변제 해법안은 그동안 정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일 양국의 공동 이익과 미래 발전에 부합하는 방안을 모색해 본 결과"라며 "한일의 미래지향적 협력은 양국은 물론 세계 전체의 자유·평화·번영을 지켜줄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런 의지는 14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일본이 우려하고 있는 구상권에 대해 "걱정할 것 없다"며 자신감 있는 입장을 밝혔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 "제3자 변제, 수용 못해"

그러나 윤 대통령과 정부의 이런 입장과 달리 법조계 일각에서는 '제3자 변제'에 대해 법적인 해결점이 아닌 문제의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대법원 판결과 배치되는 정부의 해법인 '제3자 변제'가 여전히 법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생존해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3명이 모두 제3자 변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단에 밝혔다.

이에 따라 제3자 변제의 법적 효력 문제가 당장의 걸림돌로 드러난 모양새다.

또 하나 가해 기업들을 대신해 배상금을 지급한 재단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에 대해 일본 정부에서 우려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상권 행사, 징용문제 해법 근본에서 뒤흔드는 것"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구상권'에 대해 설명한 후 "일본 정부가 1965년 우리에게 5억달러 지원 자금을 주었고, 우리 정부가 두 차례 특별법을 만들어 징용 피해자에 배상했는데 또다시 피고 기업(일본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며 "우리의 구상권 행사는 한국 징용문제 해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화해치유재단'을 만들었지만, 문재인 정부로 바뀌면서 3년만에 해체된 경험을 예로 들며 구상권 문제가 불가역적 해법인지를 묻는 질문에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한일 관계와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협력방안 이어가야 하는데 이를 뒤틀리게 하는 구상권 행사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의 입장이 아닌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