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중앙은행이 크레딧 스위스에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외어 있다고 발표한 몇 시간 후에 궁지에 몰린 거대 은행이 예금주들에게 예금을 지급할 자금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중앙은행으로부터 수혈받은 금액은 500억 스위스 프랑(537억 달러) 규모로 16일 이 은행의 주가는 30% 이상 폭락했으며 은행 측은 "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한 것은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결단력 있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중앙은행 차입과 별도로 기존 부채 이자와 관리비용 등을 당하기 위해 25억 달러에 달하는 미화 채권과 5억 유로 상당 채권을 매각하는 등 자구책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1956년 설립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크레딧 스위스는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뱅크오브차이나 등 30여 개 은행과 함께 세계 최대 금융기관 중 하나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중추적인 은행으로 분류될 정도로 막강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스위스 국립은행과 스위스 금융시장 규제 당국(FINMA)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크레딧 스위스가 광범위한 금융시스템에 있어 중요 은행에 부과한 "엄격한 자본 및 유동성 요건을 충족했다"라고 밝힌 점이다.
지난주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과 다른 지역 은행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자들에게 널리 퍼지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스위스 크레딧 은행 주식 투매에 나섰고, 은행의 1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장이 "지원할 의향이 없다"라고 밝히자 주가는 사상 최저치로 폭락했다.
세계적인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경영 실책과 규정 위반으로 인해 고객과 투자자들의 평판(신뢰)이 하락하면서 여러 명의 최고경영자가 자리바꿈을 하는 등 문제를 보여왔다.
이에 고객들은 지난해 4분기에만 1230억 프랑(1330억 달러)을 인출되었고 은행의 연간 순손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73억 프랑(79억 달러)에 달하는 등 위기 징후가 보였다.
지난해 10월 정규직 9000명을 해고하고 투자 부문을 분리하는 등 자산관리에 집중하는 '급진적 구조조정 계획'에 착수했다. 모닝스타 유럽 애널리스트 요한 숄츠는 크레딧 스위스의 자금조달이 엄청나게 상승, 2023년 손실을 메꿀 자본이 고갈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심각한 것은 크레딧 스위스의 문제가 스위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비엔피파리바, 소시에테 제네랄, 코메르츠방크, 도이치뱅크 등 프랑스와 독일 은행들의 주가도 8~12%까지 급락했고,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전체 은행들로 번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앤드류 케닝햄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크레딧 스위스는 미국을 포함한 스위스뿐만 아니라 여러 계열사와 함께 전 세계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있어 스위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충격이 금융계 전반에 심각한 충격파를 던지는 가운데 미국 재무부는 크레딧 스위스 붕괴가 미국 은행 시스템과 전반적인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고, 아우지수는 362포인트, S&P 500지수가 34포인트 하락하는 등 월스트리트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다만 미국과 글로벌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 속에 비트코인은 2만4353(3195만 원)으로 거래되고 있지만 2만6111달러(3426만 원)를 돌파하면서 모처럼 활기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