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의 남편, 아내가 과거 지인들과 통화한 내용 공개
인격모독성 발언, 반복·상습적으로 행해지면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회사가 조사해서 자체 징계 규정
◆…자료사진=연합뉴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째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는 상황이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자체 해결이 어려운 사업장의 경우 노동부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28%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괴롭힘을 당한 이들의 대응법은 '참거나 모른척했다'가 73.2%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2019년 9월 당시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해 오히려 13.5% 증가했다.
지난달 28일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가 생전 "왕따를 당했다"고 말한 통화녹음이 공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15일 JTBC에 따르면 숨진 어린이집 교사의 남편이 아내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하며 과거 지인들과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공개된 통화녹음 내용에는 "오늘 완전 왕따 당했다" "8시 반 출근이면 8시25분까지 차에 있다 가요. 들어가는 게 지옥 같아서" "그냥 난 열심히 일했고. 그냥 했는데 왜 나를 싫어하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주임 교사를 맡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동료 교사들이 아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어린이집 측은 따돌림이나 집단 괴롭힘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효신 노무사는 16일 YTN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직장 내 괴롭힘 판단기준에 대해 다소 애매모호함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를 들어 '너 이것밖에 못해? 너 학교 어디 나왔어?'라는 발언이 명백한 인격모독성 발언이지만 일회성일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다만 이런 행태가 반복·상습적으로 몇 달 동안 이어진다고 하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021년 대전지법은 다른 직원들에게 '니들 대학 나왔잖아. 이것도 못 하냐'고 발언한 A씨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을 전했다. 반면 수원지법 안산지검은 '자꾸 임원이 말끝마다 그만두라고 하고 말투도 싸우자고 덤빈다'고 직속 상사에게 몇 차례 고통을 호소한 피해자에게 12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례도 언급했다. 그는 "법원의 판단은 언행의 내용들이나 지속 기간, 상습적, 반복 등을 많이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노무사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징계 수위에 불만이 있어 노동부에 신고할 경우 "징계 수위(강등·정직·해고)에 대해서는 회사에 전적으로 맡긴다"며 징계 수위에 대한 결정까지는 노동부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행법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회사가 조사해서 자체 징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면서 김 노무사는 "중소규모의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다고 할 때는 회사에서 자체 해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한 사람이 나가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펼쳐진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사업장의 경우 노동부가 해결할 수 있도록 개입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