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2.3억 달러에 인수… 스위스 정부, 1000억 달러 유동성 지원
UBS "연내 인수절차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 CS 투자은행 부문 축소"
NH투자證 "금융당국 적극 개입,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은행 파산 방어"
"유럽은행 ATI 투자 심리 위축 불가피... 신중한 접근 권고"
美 재무부와 연준, UBS-CS 합병 환영 입장 밝혀
◆…스위스 쮜리히에 위치한 크레디트스위스(CS) 본사［사진=로이터 제공］
스위스 2위 은행인 CS의 위기는 최근 SVB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스위스 1위 은행인 UBS와 CS 간 합병이 발표되면서 CS 위기설이 일단 진정세로 돌아서게 됐다.
양 은행의 인수합병 합의에는 스위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UBS는 이날 스위스 연방정부와 금융감독청(FINMA), 스위스국립은행(SNB)의 지원 하에 CS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UBS그룹은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으로 CS와는 경쟁관계였지만 스위스 경제 위기 확산과 금융 시스템 붕괴를 우려한 정부·금융당국의 요청에 20일(월) 금융시장 개장을 앞두고 CS를 인수하기로 합의, '블랙 먼데이' 발생을 막게 됐다.
인수 총액은 32억3000만 달러(약 4조3000억원)으로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CS의 시가 총액은 80억 달러(약 10조5000억원)에 달한다.
합병은 주주 승인 없이 진행되며, 올해 말 완료 예정이다. 한편, 158억 스위스프랑(CHF) 규모의 AT1(신종자본증권)은 전액 상각되어 은행 자본금으로 활용된다.
NH투자증권 최성종 애널리스트는 20일 'UBS의 CS 인수의 의미' 보고서를 통해 "크레딧 스위스는 스위스 2위 대형은행임과 동시에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은행(G-SIBs)에 포함되는 등 글로벌 금융 시스템 내 중요도가 높다"면서 "금융 당국이 적극 개입하면서 글로벌 시스템적 중요은행의 파산 및 위험 확산을 방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UBS의 크레딧 스위스 인수로 은행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완화됐고,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발 빠른 대응과 정책 지원도 확인됐다"면서도 "다만, 유럽은행 AT1에 대한 투자 심리는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행의 ATI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권고한 셈이다.
한편 인수 절차가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 UBS는 인수 후 CS의 투자은행 부문은 축소될 계획이지만 CS 인력 감축에 대해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CS는 167년 역사를 지닌 세계 9대 투자은행(IB) 중 하나로 자산 규모가 지난해 기준 5000억 달러(약 650조원), 전 세계 직원 수가 5만여 명인 대형 투자은행(IB)이다.
국제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선정하는 'G-SIBs'(Global Systemically Important Banks)' 30곳 중 하나지만, 지난 수년간 투자 실패로 재무 건전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였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와 관련해 "CS는 2021년과 2022년 각각 16억 CHF(스위스프랑), 73억 CHF의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면서 "2021년 1분기 아케고스 및 그린실 사태 이후 자산관리 및 투자은행사업의 수익 기반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이날 FINMA, SNB와 합동기자회견을 열고 UBS의 이번 인수 지원을 위해 최대 1000억 달러(약 130조원) 규모 유동성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방정부는 "UBS의 CS 인수가 스위스 금융시장에 신뢰를 제공하는 최고의 해법"이라며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유동성 지원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했다.
카린 켈러 서터 스위스 재무장관은 "이번 조처는 구제금융이 아니라 상업적 해법"이라며 "다른 어떤 방안보다 국가와 납세자, 세계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위험성이 적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스위스 당국의 발표를 환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