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카드 내역 조회’… 민주 “마약범죄로 몰아간 것인지 의심”

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의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한 것에 대해 '10.29 참사를 마약범죄로 몰아가려 한 것인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 대변인은 2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경찰이 10.29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 450명의 금융정보 대상영장을 발부받아 카드 사용 내역을 조회했다니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심지어 경찰은 금융정보 조회 사실을 사전에 유가족께 알리지 않고 비밀리에 조회했다. 천인공노할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 대변인은 "영장에 기재된 이유는 범죄 수사라고 한다. 참사 희생자들이 도대체 무슨 범죄와 관련이 있다는 말인지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2차 피해와 인권침해 우려로 한차례 반려했던 검찰은 지난 1월 돌연 태도를 바꿔 보완 수사를 요청했다고 한다"며 "검찰의 뒤바뀐 태도에 배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경찰은 왜 희생자와 피해자의 금융정보가 필요했던 것이냐"며 "무정차 조치를 하지 않은 이태원역장에 대한 수사를 위해서라는데 말이 되는 소리냐.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믿지 않을 변명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0.29 참사를 마약 때문에 발생한 참사라고 뒤집어씌우려는 의도가 아니고선 설명되질 않는다"며 "정부는 10.29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 그리고 유가족께 얼마나 더 모멸감을 주려는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 대변인은 "10.29 참사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경찰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피해자 450명의 은행 계좌를 강제 수사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수사기관은 교통 카드 내역은 물론 입출금 내역까지 확인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통보받은 피해자들은 2차 가해라며 고통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유족들의 잇따른 반발에 경찰은 "희생자와 생존자들이 당시 이태원역을 이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통카드 내역만 조사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JTBC 취재 결과 이태원 참사로 예비 신부를 잃은 박모 씨가 받은 통지서에는 '교통 카드 사용 내역'이 아닌 '입출금 내역'이 확인되었으며, 일부는 교통카드와 상관없는 금융 거래 내역까지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과 피해자들은 사전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납득할 수 없는 금융 정보 수집이 국가에 의한 2차 가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