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 실거래가 신뢰 악용해 거래 계약체결 후 나중에 취소
신고한 거래 계약 이유 없이 취소해도 별다른 불이익 없어
'부동산 거래 계약 취소된 날부터 3일 내 신고 의무' 법안 발의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는 2021년 9월 50억원(13층), 같은해 12월 49억원(3층), 이듬해 1월 49억원(3층)에 거래 신고 됐지만 약 3개월후 계약 모두가 취소되면서 집값을 띄운다는 의혹을 받았다.
#.서울 강남 압구정 현대아파트(157㎡)는 지난해 5월 역대 최고가인 58억원에 거래 신고됐다. 이후 9개월만인 지난 2월 거래가 취소됐다. 해당 물건은 거래가 취소된 날에 다시 58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2021년 최고가에 거래됐다가 1년이 지나서야 해지하는 아파트 거래가 잇따라 드러나자 정부가 시세 교란 행위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나섰다. 실거래가가 시세판단의 기준점이 된다는 점을 악용해 신고가 거래 계약 체결 후 나중에 취소하는 이른바 '실거래가 띄우기' 사례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 아파트 계약 해지 건수는 2099건이었고, 이중 43.7%인 918건이 최고가 거래였다.
현행법은 신고한 거래 계약이 무효·취소 또는 해제될 경우 30일 이내 신고하도록 하고 거래 취소시 해제 일자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유 없이 취소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이때문에 실질적인 계약이 이뤄졌는지의 여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이 국토부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과 함께 일명 '실거래가 띄우기'에 대해 고강도 기획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기획조사는 2021년부터 2023년 2월까지 투기지역 고가주택 거래와 신고가 해제 거래 가운데 실거래가 띄우기가 의심되는 1086건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조사 기간은 이달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이뤄진다.
부동산원은 계약서 존재와 계약금 지급 및 반환(배액배상) 등을 확인해 허위로 실거래가 신고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자금조달 과정에서의 탈세와 대출 규정 위반 여부도 함께 조사한다.
한편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 소속 의원 10명은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부동산거래신고법) 일부개정안'을 지난 21일 대표발의했다.
해당법안은 부동산 거래 계약이 해제, 무효 또는 취소된 날부터 3일(기존 30일) 안에 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거래계약 무효·취소 미신고에 따른 과태료 금액도 기존 '500만원 이하'에서 '해당 부동산 취득가액의 5% 이하'로 높이는 내용도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