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외신 인터뷰서 '연내 검토' 언급해... 시장 혼란 야기
공매도 재개 여부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 현재로선 '가능성 없음'
금융위 "(금감원장이) 그간 얘기해왔던 원론적인 수준으로 얘기한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공매도 전면재개 여부 발언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캡처］
이복현 원장은 지난 29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자율 상승 속에 코스피가 2000대로 내려앉으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 공매도 관련 규제를 풀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 불안이 몇 달 내 해소된다면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규제가 해제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불안 해소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올해 안 규제 해제' 언급으로 공매도 조치 해제 검토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부분이다.
그간 금융위는 공식적으로 공매도 재개 여부와 관련한 즉답을 피해왔다. 김소영 부위원장 등 내부 핵심인사들도 공매도 재개 여부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반응을 보여 왔던 만큼 하위기관인 금감원이 공매도 재개 시점을 제시한 것이 '월권행위' 논란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금감원도 이 같은 반응이 나오자 당혹해 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금융위 내부적으로는 (금감원장이) 그간 얘기해왔던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면서 금융위와 사전 공감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서 김소영 부위원장도 지난달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공매도 전면재개는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어 시간을 갖고 있다"면서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즉답을 피한 바 있다.
공매도 규제 완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해소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선진국지수(DM) 편입을 위한 열쇠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점을 들어 공매도 금지 조치 해제를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아직 국내 증시가 유의미한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전면재개 검토 여부에 대해선 시기상조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지난 17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공매도 규제 완화가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원장은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기준치를 충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올해는 규제 완화를 위해 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주요 금융 관련 안건에 대해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9명이 참석하는 정례회의에서 의결한다. 따라서 공매도 재개 여부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결정된다.
현재 금융위 회의에는 김 금융위원장을 포함해 금감원장과 기획재정부 차관,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례회의 위원 중 한 명이긴 하지만 금융위 회의를 대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앞서 금융당국은 2020년 3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등 위험이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자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2021년 5월부터 규모가 큰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 등 350 종목에 한해 부분적 공매도를 재개를 실시한 바 있다.
금융위 고위급 인사들의 '공매도 전면재개 여부는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과 이 원장의 '연내 검토 가능' 발언으로 금융당국간 정책 혼선으로 금융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