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부터 완성차 제조업체 중고차 시장 진입 가능
자사 브랜드 차량 검수 거쳐 품질 인증된 중고차 판매 계획
중고차 업계 "골목상권 침해" vs 소비자 "정보 비대칭성 해결"
◆…서울 장안평 중고차매매시장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2023.1.5 사진=연합뉴스
올해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이에 기존 업계는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반발하는 반면 허위매물 등 정보 비대칭성(정보 격차가 생기는 현상)에 지친 소비자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3월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년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올해 5월부터 완성차 제조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가능해졌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는 현대차와 기아의 시장점유율을 2025년까지 각각 4.1%, 2.9%로 제한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하고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정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하겠다"며 "생산·판매 최적화와 물류 리드타임 단축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제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도 주총에서 사명 변경과 함께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업체들은 자사 브랜드 차량을 매입해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완성차 업체들의 행보에 중고차 매매업계는 이제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까지 잠식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골목상권' 진입으로 자동차매매업에 종사하는 30만 영세 소상공인 가족의 생존권을 빼앗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연합회 측은 "한 달에 150만원 겨우 버는 중고차 딜러들의 몫을 가져가겠다는 얘기"라며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존 골목상권을 손쉽게 잠식하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중고차 거래 시 소비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당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서 조사한 '중고차 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 75%가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허위·미끼 매물과 불투명한 중고차 가격정보'를 꼽을 정도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시장진출로 레몬마켓(질 낮은 물건이 유통되는 시장) 문제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로 인해 소비자의 신뢰가 대폭 회복되면서 중고차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