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와 열정'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 "1등 넘어 일류 도전"

라응찬 전 회장과 ‘상고 출신’ 공통점... ‘난세의 영웅’으로 등극

금융혁신·내부통제 및 ‘ESG경영’ 강화... "디지털 시대 적극 대응"

'온화한 성격', '소통의 대가'... 일본어 책 직접 번역해 출간하기도

신한금융지주의 최고사령관이 된 진옥동(62) 회장은 23일 취임사를 통해 "'신한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생각을 함께 나누고 싶다"면서 "창업과 성장의 기반이 됐던 '고객 중심의 가치'를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간 최대 가치로 생각해온 '고객중심 경영'을 거듭 강조한 것.

진옥동은 1961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났다. 올해 62세로 국내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젊은 만큼 활동적이고 추진력도 강하다.

초기 신한은행 설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올라 '신화적 인물'이 된 라응찬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상업고등학교 출신이다. 라 회장은 선린상고를 나왔고, 그는 서울 소재 상고 양대 산맥인 덕수상고를 졸업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상고 졸업 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및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학구열도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내부에서는 고졸 출신이라는 한계를 특유의 성실함과 실력으로 극복한 인물로 꼽힌다.

1980년 중소기업은행(현 IBK기업은행)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1986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신한맨'으로 활동했다. 인력개발실·고객지원부·종합기획부 등에서 일하다 1997년 일본 오사카지점에 배치됐다.

2002년 신한은행 본점 여신심사부 부부장으로 복귀, 자금부 팀장 등으로 일하다 2008년 다시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을 맡았다. 2011년 신한은행이 사실상 경영권을 행사하는 일본 여신전문회사 SH캐피탈 사장, 그리고 3년 후엔 신한은행 일본법인인 SBJ은행 부사장, 2016년부터는 SBJ은행 법인장을 지냈다.

이 기간 동안 재일교포 주주모임(일명 간친회)과 친분을 두텁게 쌓는 계기가 됐다. 신한금융은 과거부터 이 간친회의 입김이 강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들 주주의 지분은 약 15%∼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것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2017년 1월 한국으로 돌아온 후 신한금융 주력사인 신한은행 부행장을 맡았다. 3개월 만에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됐고, 이어 2018년 12월 신한은행장에 취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2020년 12월엔 은행장 연임에도 성공했다. '일본통'으로서 진가를 톡톡히 인정받은 결과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는 당시 진 부사장을 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신한문화를 향한 열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하고 안정화할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온화한 리더십과 은행업에 대한 전반적 지식·경륜과 국제적 감각 등을 보유함으로써 차세대 신한은행을 이끌어갈 재목으로 지목받은 셈.

'난세에 영웅난다(亂世之英雄)'는 중국 후한서의 경구처럼 진옥동의 진가는 신한금융그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진가를 나타냈다.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과 '신한사태' 이후 최고 경영진 교체가 진행되는 과도기에서 조용병 전 회장 가신으로 그룹 안정화에 기여했다. 조 전 회장의 진옥동에 대한 신임도 남달랐다는 전언이다.

3년 만에 국내 리딩뱅크 위상 되찾아... KB국민과 치열 경쟁

신한은행은 2022년 라이벌인 KB국민은행을 제치고 순이익 순위 1위에 올라섰다. 상반기까진 순이익 1조6830억원으로 KB국민은행(1조7264억원)에 다소 뒤졌으나 3분기 누적으로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신한은행이 약 400억원 정도 앞섰다.

은행장 취임 첫해인 2019년 KB국민은행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준 후 3년 만의 회복인 셈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진 행장의 '절치부심(切齒腐心)'의 결과라는 평가다.

◆ 서울시 금고 사수 등 기관영업 성과

신한은행은 2022년 서울시금고와 인천시금고 입찰 경쟁에서 잇따라 승리했다. 기관영업은 은행 수익 기반 확대에 크게 기여해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2018년 서울시금고 사업을 따내는 데 공이 컸던 신한금융지주 박성현 부행장을 2021년 말 직접 영입했다.

서울시금고는 규모가 연간 47조원에 달한다. 2022년 기준으로 은행권이 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큰 사업이다. 신한, 우리, KB국민 등 3개 은행이 입찰에 참여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열고 신한은행을 1·2금고 통합운영 은행으로 결정했다. 운영기간은 2023년부터 4년간이다.

2022년 8월 신한은행은 인천시 1금고 입찰에도 성공했다. 2금고는 NH농협은행 몫으로 결정됐다. 1금고 규모는 12조원 정도로 2조원 규모인 2금고와 차이가 크다. 이로써 신한은 20년 연속 인천시금고를 운영하는 기관이 됐다.

◆ 모바일앱 '쏠(SOL)' 전면 개편

진옥동의 디지털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대한 관심은 남달랐다. '쏠(SOL)' 개발이 그 결과다. 지난 2018년에 기존 은행과 뱅킹의 개념에서 탈피해 고객 중심의 '나만을 위한 마이 플랫폼'으로 제공하기 위해 업그레이드한 모바일앱인 쏠(SOL)을 출시했고, 이후 약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22년 10월 새 모바일앱 '뉴 쏠(New SOL)'을 출시했다.

2022년 신년사를 통해서도 "업의 경계를 넘는 횡적 혁신으로 기회의 장을 넓히기 위해 출시를 앞둔 개인뱅킹 새 앱과 종합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에 모든 경험과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 비(非)금융서비스 강화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비(非)금융 서비스 강화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카카오·네이버·토스 등 이른바 '빅테크'가 새 경쟁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전통적 금융업'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혁신적 발상이다.

비금융서비스 역량이 강화되면 기존 고객은 물론 잠재적 고객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고, 비금융 데이터에 기반한 금융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KBO프로야구 특화서비스인 '쏠야구', 반려동물을 위한 생활플랫폼 '쏠펫', '컵보증금 반환 제도' 등을 기존 모바일앱 '쏠(SOL)'에 탑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기획부터 출시까지 직접 챙겼다는 배달앱 '땡겨요'은 지난해 회원 수 100만명 이상 급증하며 금융사업 확장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 국가 주도 스마트시티 사업 적극 참여

미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가 주도 스마트시티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정부의 세종과 부산 2곳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사업에 신한은행은 모두 참여했다. 다양한 미래형 금융서비스 기회가 있다는 판단이다.

부산 스마트시티 사업엔 단순히 금융주선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며 스마트시티에서 추진되는 사업과 금융을 결합한 12개의 미래형 금융서비스도 제공한다. 신한은행이 참여한 '더 인' 컨소시엄은 지난해 5월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외 금융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 및 인력 확대

신한은행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해외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진옥동은 베트남 사업에 대한 관심이 많다. 2022년 5월 신한금융그룹의 베트남 '티키(Tiki)' 지분 인수에 참여해 지분 7%를 사들였다. 티키는 라자다, 쇼피 등과 함께 베트남 3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빠른 배송을 무기로 한 '베트남의 쿠팡'으로 불리고 있다.

또한 베트남 디지털 사업을 위해 '미래은행그룹'이란 전담 조직도 구성했다. 금융산업이 거센 변화의 물결에 직면해 있는 현재 미래은행그룹 출범은 디지털 사업 추진을 위한 동력이 될 것임을 자신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재 외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은 지점(47개소)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도 영업점 5곳을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미래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접점을 확대를 위한 'e스포츠 후원', '게임업계와의 제휴 마케팅(브랜드 헤이영)' '메타버스 플랫폼(시나몬)'을 통한 금융 서비스 제공 등 미래 사업 영역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사활 걸어

진옥동은 일찍부터 신한은행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첫 ESG 행보는 '적도원칙' 가입이다. 2019년 3월 취임 2개월 만에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외국계 인증기관 등과 함께 '적도원칙' 가입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은행은 2020년 9월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적도원칙을 채택했으며 2021년 10월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적도원칙 연간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외에도 신한은행은 2021년 12월 ESG 활동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 처음으로 ESG 보고서를 발간했다. 2022년 1월에는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GGC(Green Guarantee Company)와 글로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실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3월에는 ESG위원회를 만들었다. 시중은행 가운데 ESG위원회를 만든 것은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9월에는 ESG경영 확대를 위해 SK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각종 사건·사고 극복하며 '최고사령관' 위치 굳혀

◆ 피델리스펀드 관련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당해

2022년 9월 신한은행이 판매한 '피델리스펀드' 투자 피해자들은 서울경찰청에 신한은행과 피델리스자산운용을 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투자 대상과 수익구조, 글로벌 무역 금융회사의 보험 가입 여부, 판매회사의 지급보증 등 펀드 안전장치를 속이며 펀드를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 은행권 대규모 횡령사건, 이상 외환거래 등 금융사고에 곤욕 치르기도

신한은행은 횡령사건과 이상 외환거래 등 금융사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은행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사건, 이상 외환거래 등 금융사고와 관련해 2022년 10월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당시 5대 시중은행장들과 함께 증인으로 나섰다.

금감원의 조사 결과 당시 이상 외환거래 규모는 72억2천만 달러(10조원)였고, 신한은행이 23억6천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 라임펀드 손실 사태... 금감원 제재심의위 중징계 피해

신한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 투자상품 환매 중단 사태를 두고 금감원은 내부통제 책임을 물어 진옥동을 제재심의위에 올렸다. 그는 경징계를 받는 데 그쳤다. 결과 향후 직무 수행이나 은행장 연임,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 도전 등에 제한을 받지 않았다.

이 외에도 진옥동은 키코 사태 배상 결정(약 150억원 규모) 등으로 여러 번 어려움을 겪었지만 특유의 끈기로 이를 극복했다.
 

진옥동의 강·약점... '온화' '소탈 '소통의 달인' 등 내부 신뢰 높아

  진옥동은 수평적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온화하고 소탈한 성격에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하는 스타일로 조직관리 역량이 뛰어나 그룹 내부의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가끔 혼자 은행 지점에 불쑥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예고 없이 방문해 현장 분위기를 점검하는 행보다.

매사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진옥동은 '오케이 진'이란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평소 업무회의에서 '오케이'라며 부하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다. 주말에 청바지를 자주 입고 다녀 이 같은 별명이 어울린다는 평이다.

책 읽기도 좋아하고 자신이 읽고 감명을 받은 책은 임직원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또한 직접 '브이로그'를 찍어 공유하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소통의 대가다운 행보다. 은행장 시절 '정의로운 시장의 조건'이라는 일본어 책을 직접 번역해 출간한 적도 있다.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성격으로 사회와 근무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신한은행 창립 이후 처음으로 시무식을 없애기도 했다.

좌우명은 '지속이 힘이다'로 알려졌다. 열정과 끈기로 악바리(?)와도 같은 인생을 살아온 그의 생활지침인 것으로 읽힌다.

진옥동은 '고객 중심 경영'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강조하고 있다. 직원평가제도에도 고객 보호 항목을 넣을 정도다. 신한은행이 진정한 일류 은행으로 거듭나려면 직원들이 손익을 중심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만족과 신뢰를 바탕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창립 40주년을 보내고 50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리딩뱅크 신한금융그룹의 수장 진옥동의 젊음과 열정을 토대로 한 또 한 번의 '퀀텀점프(Quantum Jump)'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