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 출신 경제관료로 정평... NH농협금융 회장으로도 2년간 일해
국무조정실장-금융위원장 등 역임... 2번째 민간 금융기관 수장에 올라
◆…사진=우리금융그륩 제공
임종룡 회장은 민관을 두루 경험한 정통관료 출신의 금융전문가이자 개혁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과감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우리금융이 금융시장의 강자로 거듭나게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금융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 및 경제정책 전반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 회장이 안정적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임종룡은 1959년(64세) 전라남도 보성에서 태어났다. 서울 영동고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오리건대학교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81년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 경제정책국에서 일하다가 주영국대사관 영사,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제1차관을 역임한 후 국무총리실장(장관급)을 맡았다. 이후 관료생활을 벗어나 금융지주회사인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되면 첫 금융권 핵심인사가 됐다.
2015년 제5대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부임해 공직에 복귀하면서 금융개혁을 진두지휘했다. 한국거래소 개편,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Individual Savings Account) 도입, 크라우드 펀딩 도입 등 벤처기업들의 자본시장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2016년 11월에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내정되기도 했다.
2019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 삼성증권 사외이사, CJ대한통운 사외이사 등으로 일하면서 화려한 경력을 이어갔다. '관치금융' 논란 속에서 올해 1월 우리금융 회장에 올랐다.
임종룡은 34년간 공직에 몸담았던 정통관료 출신이면서도 2년여 간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NH농협금융지주의 회장을 역임한 민관을 두루 경험한 금융전문가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기재부 시절 닮고 싶은 상사에 3번 선정된 적이 있으며 농협금융지주 회장직 수행 시에는 농협중앙회 노조와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봉합하는 등 조직의 신망이 두텁다는 평이다.
그는 시장을 이해하는 개혁가로도 알려져 있다. 금융위원장 재직시절 현장중심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나오는 사자성어 '문견이정(聞見而定)'을 가슴에 품고 금융개혁에서 탁상공론을 배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실천했다. 이는 '현장에 가서 직접 듣고 본 이후 싸울 방책을 정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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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취임 일성 "1등 금융그룹 위한 새로운 항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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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이 대내외로 냉혹한 시장환경을 맞이한 시점에서 우리금융이 새롭게 나아갈 방향으로 ▲신뢰받는 우리금융 ▲빠르게 혁신하는 우리금융 ▲경쟁력 있는 우리금융 ▲국민들께 힘이 되는 우리금융 등 4가지 경영 키워드를 제시했다.
우선 집중할 경영 아젠다(Agenda)에 대해서도 밝혔다. 먼저 그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금융그룹이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가장 선행되고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사·평가 및 연수 제도, 내부통제, 사무처리 과정, 경영승계 절차 등 조직에 부족한 점이 있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미래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또한 지주사를 자회사 경영의 응원자로 자리매김 시키겠다며 지주의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다시 강조했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이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기업금융의 명가로 인정받아 왔다"면서 "이러한 평가를 소중한 자산으로 여겨 더욱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기업금융 시장의 강자로 거듭나자"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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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위기가 기회"... 내부통제 강화로 '환골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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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융권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빈번히 발생한 가운데 우리은행 역시 횡령액이 700억원을 넘는 등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액수를 차지하는 오명을 남겼다.
특히 우리은행 직원은 고객의 비밀번호와 직인까지 도용해 무단으로 결재 및 출금하는 등 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했다가 적발되가도 했다.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임종룡은 회장 취임 후 가장 먼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최근 전 그룹사 준법감시 실무자로 구성된 '그룹 내부통제 현장자문단'을 운영한 게 시초가 될 예정이다. 현장자문단을 통해 내부통제 체계를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장자문단은 개별 그룹사가 보유한 준법감시 역량과 노하우를 전 그룹사에 공유,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준법감시와 자금세탁방지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그룹사 실무자 22명으로 구성해 현장점검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지주사의 자회사 현장점검에 참관해 그룹사 내부통제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미흡 사항에 대해 개선 방향을 제안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주사 설립 이후 그룹사별로 다르게 적용되던 내부통제체계를 표준화해 왔는데 현장자문단을 통해 운영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라며 "현장자문단은 그룹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소통의 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임 회장이 지난 취임사에서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한 급선무는 탄탄한 리스크관리 역량을 갖추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점에 대한 후속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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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대가 임종룡, '모피아 낙하산' 오명 벗고 혁신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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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회장 선임 이후 첫 출근하는 임종룡 회장［우리금융 제공］
따라서 취임 이후 '주인 없는 회사' 우리금융의 수장으로서 임종룡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자타공인 거시경제와 금융분야 전문가로서 크고 작은 잡음이 불거졌던 우리금융을 추슬러 정상화할 지가 최대 이슈였다.
우리금융과의 인연은 과거 금융위원장 시절부터 시작됐다. 그는 정부(예금보험공사) 소유의 우리금융 지분을 팔아 지배구조를 과점주주 체제로 바꾸고 완전 민영화의 초석을 다졌다. 완전 민영화 4년차를 맞은 우리금융에 민영화 초석을 다진 인물이 수장으로와 의미가 크다.
임 회장은 조직 쇄신과 신(新)기업문화 정립을 강조했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선을 혁신의 주안점을 내세웠다. 회장 교체의 결정권을 쥔 사외이사들이 외풍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거셌기 때문이다. 결국 임 회장이 총대를 멘 것이다.
임종룡은 지난 2월 회장으로 내정되자마자 우리금융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아 노조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노조의 '관치' 비판에 직접 나서 소통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그의 의지로 읽혔다.
그는 박봉수 우리금융 노조위원장 등 노조와의 만남에서 노조와 직원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임기동안 직원들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사랑했던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우리금융의 일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박봉수 노조위원장이 제안한 △직원 존중, 처우개선 적극 협력 △민영화이후 안정적인 지배구조·내부 체계구축 완성 및 임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비전 제시 △자율경영 보장을 통한 조직안정화에 힘쓸 것 △전문성·공정성·윤리성을 겸비한 사외이사 선임 등 4가지 사항 요청에 대해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노조와의 신뢰 회복을 강조한 그의 강한 의지라는 평가다.
자타공인 거시경제분야 및 금융분야 전문가인 임 회장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인 없는 회사' 우리금융의 최고사령관으로서 '1등 금융이 되기 위한 새로운 항해'를 시작할지 그의 큰 행보에 거는 내외부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