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조금 조건'엔 독소조항 가득…"정상회담서 완화 요구해야"

한경연, '美반도체법 보조금 신청요건 문제점·대응방향' 보고서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내놓은 '미국 반도체법 신청요건의 문제점·대응방향' 보고서를 통해 "한미 협력을 통한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8월 미국에선 최대 25% 투자세액공제를 포함한 미국 내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법이 발효된데 따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에 생산시설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경제·국가안보 기여도, 사업 상업성, 재무건전성, 기술 타당성, 인력개발 등을 판단해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지원 규모는 반도체 기업엔 390억 달러(약 50조원), 연구개발 분야엔 132억 달러(약 17조원)다.
또 기업 본연의 목표인 이윤 추구를 제한하는 ②'초과이익 공유'도 문제 삼았다. 미국은 1억5000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보조금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요건을 뒀다.

③'상세한 회계자료 제출' 요건은 재무자료뿐만 아니라 주요 생산제품, 생산량, 상위 10대 고객, 생산 장비, 원료 등 자료까지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는 "반도체 보조금 혜택을 위해 반도체 생산 관련 자료, 원료명, 고객정보 등의 영업비밀까지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④'중국 공장 증설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은 10년간 우려 대상국에 투자를 확대하거나 반도체 제조역량을 확대하지 못하는 규정이다. 이 조치로 국내기업이 보유한 기존 중국 공장의 생산성·수익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상호주의에 입각한 형평성에 맞는 보조금 지원 요건 마련해야"

한경연은 "국내 반도체 기업이 미국 생산시설 투자시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으로 인해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동맹국인 한국에 불합리한 요건"이라고 했다. 한국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은 자국 내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건이므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형평성에 맞는 보조금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경연은 이를 위해 한미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현안으로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요건 완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합의된 수치', '프로젝트마다 다를 수 있다', '특정 조건을 제외하고' 등 보조금 요건에 포함된 정의·예외·단서조항을 활용해서 국내기업에 유리한 조건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내 생산시설 투자를 유인하도록 세제혜택 제공 등 국내 투자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인세율 인하는 1%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에도 미치지 못한 부분은 한국이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시설투자세액공제는 올해 한시적으로 초과 투자액에 대해 10% 추가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데, 이 조세특례의 적용 기간을 늘려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을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법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칩4 동맹' 등에 따른 한미 협력은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가 반도체 투자로 이어져 양국 상호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양국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