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채용절차법'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
◆…사진=로이터통신
#. A씨는 채용공고에 경력직을 모집해 수습기간 없이 입사하기로 했다. 그런데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하려다 보니 수습기간에는 임금 70%를 지급하겠다고 적혀 있어 깜짝 놀랐다.
#. B씨는 면접 때 대리로 제안받아 입사했는데 사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뿐만아니라 사무직으로 들어왔는데도 현장업무를 강요받아 이직을 고민 중이다.
직장인 10명 중 2명은 위 사례처럼 채용공고나 입사 제안 조건이 실제 근로조건과 동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과 관련한 위법·행위'의 대부분이 사용자가 저지르고 있어 정부가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3월 3~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72.7%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받았다'고 응답했다. 반면 13.0%는 '작성했지만 교부받지 못했다'였고 14.3%는 '작성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거나 교부받지 못했다고 답한 응답은 비정규직(38.8%), 비노조원(28.7%), 월150만원미만(41.3%)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50.3%가 근로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작성·지급 의무 위반시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정부가 과태료 부과 대신 시정 지시를 하고 있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채용공고나 입사 제안 조건이 실제 근로조건과 동일한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 22.4%가 '다르다'고 답했다. 또 입사 면접에서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17.5%였다. 성별로는 여성(22.8%)이 남성(13.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채용절차법'이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작은 회사의 경우 '채용갑질'을 당해도 신고조차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채용절차법 적용대상을 현 상시 근로자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법 위반업체 명단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이 발의했다.
김기홍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불공정채용의 원인은 고용세습이 아니라 계약과정에서부터 분명하게 드러나는 갑을관계에 있다"며 "정부는 더이상 방관하지 말고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위법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채용갑질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