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흑해 곡물 협정’ 파기 위협…세계 곡물시장 위기

러 “우크라, 크림반도 민간시설 공격해…협정 위반”

우크라 “러 주장 거짓…민간시설과 관련 없어”

협정 재연장 파기 가능성 커져…곡물 시장에 큰 위협

러, 에너지 이어 식량 무기화 암시

'흑해 곡물 협정' 재연장을 두고 러시아와 유엔(UN)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국제 곡물 시장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군이 크림반도의 민간 시설을 공격함으로써 협정을 위반했다고 러시아가 주장하고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이 보낸 서한을 언급하며 "러시아 측 협상안을 최대한 반영하는 쪽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면서도 "지금까지는 눈에 띄는 진전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낼 '흑해 곡물 협정'과 관련된 서한을 라브로프 외무장관에게 직접 전달하며 협정 재연장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러시아 측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군이 크림반도 흑해에서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5일(현지시간) 이번 공격으로 우크라이나가 '흑해 곡물 협정'을 위반했으며 협정의 재연장이 위태로워졌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안드리 유소프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A) 대변인은 "크림반도에서 일어난 사건은 군사 시설과 관련이 있으며 '흑해 곡물 협정'과 관련된 민간 시설이나 우크라이나 항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는 5월 18일 '흑해 곡물 협정'의 재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흑해 곡물 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혀 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하자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 7월 체결된 협정이다. 당시 4개월 기한으로 체결된 협정은 지난해 11월 다시 4개월 연장됐다.

흑해는 우크라이나 곡물 대부분이 운송되는 핵심 해상 수출로다. 해마다 4500만톤의 곡물을 공급하는 우크라이나의 흑해 항로가 차단된다는 것은 국제 곡물 시장에 큰 위협이다. 이에 러시아는 에너지에 이어 식량을 정치적 협상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서방이 러시아 농업 및 비료 수출에 대한 제한을 해제 하지 않으면 협정의 재연장을 파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지난주에도 세계 주요 7개국(G7) 장관급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전면 통제하는 강경 규제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자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흑해 곡물 협정" 파기를 언급하며 식량 무기화를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