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 폭락…2월말 대비 90%이상↓
"자산 매각 추진""당국 개입" 방안 거론…실현 가능성 미지수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중소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에서 대규모 예금이 인출됐다는 실적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붕괴가 임박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FRB는 자산 매각을 통해 불안을 잠재우려 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전장 대비 29.75% 하락한 5.69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25일에도 50% 가까이 폭락해 FRB 주가는 지난 2월 말 대비 90%이상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FRB 주식거래는 급격한 변동성에 16번이나 중단되는 등 은행권 불안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 SVB와 시그니처은행 폐쇄 이후 파산 우려가 가장 큰 곳으로 언급됐었다. 지난달 JP모간체이스를 비롯한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 11곳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지원받아 위기를 모면한 듯 했으나 1분기 실적 발표 후 주가는 끝없이 추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올해 1분기 말 보유 예금이 1044억7400만달러(약 140조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불과 3개월 사이 40%가 넘는 예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 자료=NYT 캡처
뱅크런 파장을 해결하기 위해 퍼스트리퍼블릭은 '전략적 옵션'을 검토 중이며 장기주택담보대출 등 자산 일부를 매각하는 한편 구조조정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매체 CNBC는 퍼스트리퍼블릭이 다른 대형은행들에게 자산 일부를 평가액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RB는 자사가 파산하게 될 경우 규제 강화 등으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투자회사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이미 돈을 예치해 놓은 은행들이 또다시 개입해야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SVB 파산 때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가 은행 자산을 청산해 채무를 변제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고든 해스킷의 돈 빌슨은 "퍼스트리퍼블릭이 끝이라는 것은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주중에 개입할지 아니면 주말에 개입할지의 여부가 유일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당국은 현재로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구제금융 개입을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NYT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들을 살렸다가 '혈세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어 바이든 정부가 개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블룸버그 통신은 연방예금보험공사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대해 연준 할인창구 대출이나 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TFP) 활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BTFP는 금융기관들이 예금을 돌려주느라 보유한 자산을 손해보면서 서둘러 매각할 필요가 없도록 연준이 대출을 제공하는 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