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기상이변과 기록적인 기온이 이제 '뉴노멀'"
수온 상승하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력 떨어뜨려
◆…북극해의 얼음 사진=로이터통신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한 달 이상 전례 없는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이 공개한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해수면의 평균 온도는 섭씨 21.1도로 한 달 넘게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는 2016년 3월 최고 기록인 섭씨 21도를 뛰어넘었으며 1981년 위성·부표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온이다.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학교의 기후과학 강사인 벤 웨버는 이맘때 수온이 장기간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현상에 대해 "매우 드문 일"이라고 언급하면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고, 우리를 미지의 영역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 기상 기구들은 올해 6월 이후 평년과 강도가 다른 '슈퍼 엘니뇨'가 올 수 있다고 예측했다. 통상적으로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첫 달을 엘니뇨의 시작으로 본다. 가디언은 엘니뇨가 발달하기엔 아직 이른 시기라며 최근의 급격한 수온 상승 원인으로 보기엔 어렵다고 설명했다.
영국 남극조사단의 마이크 메러디스 교수는 "과학자들도 이같은 현상에 대해 설명할 수 없다. 이 정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건 매우 놀랍고 걱정스럽다"며 "단기간의 현상이거나 아니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기후 위기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마크 매슬린 지구시스템과학 교수는 "기후학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2021년의 기상이변이 2022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잦은 기상이변과 기록적인 기온이 이제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바다 수온의 급격한 상승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해양 생물의 대량 폐사를 불러올 수 있고 극지의 빙하 해빙으로 해수면이 올라간다. 특히 바다는 지구의 탄소 순환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수십 년간 인간이 대기 중에 배출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저장하는 능력을 통해 지구의 온도 상승폭을 줄여왔다. 그러나 수온이 상승하면 이산화탄소 흡수력이 떨어져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