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훈장 수상기업 2021년 귀속 법인세 138억원
국세청 "납세실적은 중요치 않아"...자세한 공적은 비공개
납세자의 날 행사 53년만에 대통령 참석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성실납세를 약속하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매년 3월 3일 납세자의 날이 되면 정부는 1천여개가 넘는 기업을 선정해 산업훈장, 산업포장, 대통령상, 국무총리표창, 국세청장상, 세무서장상 등을 준다. 다른 날도 아닌 '납세자의 날'에 상을 주는 만큼 수상기준엔 '납세실적'이 1순위로 고려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국세청이 밝힌 납세자의 날 수상기준을 보면 고용창출, 사회공헌, 업력 등 납세자의 날의 행사 취지와 별로 관련 없는 부분이 많다. 성실납세가 최고의 사회공헌이라는 점이 머쓱해지는 기준이다.
특히 올해 납세자의 날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납세자의 날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53년만이다. 납세자의 날 57년의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로, 기획재정부 부처행사로 치러지던 위상이 최고위급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이날 훈·포장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 진다. 산업훈장을 수상한 7개 기업이 2021년 귀속분으로 납부한 법인세가 138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훈·포장 수상에서 제외된 법인들의 2021년도 법인세 납부실적을 보면 삼성전자는 13조4천억원, SK하이닉스 3조8천억원, 현대차 2조2665억원 등이다. 이외에도 반도체, 철강, 유통, 조선, IT전자, 건설, 식음료, 석유화학, 방위산업, 첨단산업,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각 산업별로 법인세 납부액이 100억원이 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가령 하이브는 696억원, CJENM은 683억원의 법인세를 냈다. 일부 고액납세기업에 대해선 고액납세탑이 수여되지만 최고영예인 훈포장 수상과는 격이 다르다.
◆ 산업훈장 수상기업이 낸 법인세는 138억원에 불과
최고 영예인 금탐산업훈장은 쌍곰, 은탑산업훈장은 국보디자인, 동탑산업훈장은 경창산업·와이제이씨·마프로, 철탑산업훈장은 오성철강·조일알미늄이 받았다. 이들 7개 수상기업의 매출액은 1조1027억원(30.6%↑),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795억원(99.1%↑), 법인세는 138억원(24.74%↑)이다.
㈜쌍곰의 법인세 납부액은 33억원이다. 동종업계와 비교해 보면 한성피씨건설(주)는 265.9억원, ㈜아주는 224.4억원의 법인세(2021년 귀속분)를 부담했다.
동탑산업훈장을 받은 경창산업은 개인사업자라 법인세 납부액이 '0'이다. 동종업계의 엘아지넥스원(주)은 240억원, 한화디펜스(주)는 308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조세일보가 금융업을 제외한 11개 업종 상위 112개 기업에 대하여 지난달 공시한 개별재무제표를 전수 조사한 결과 매출액 1074조4810억원, 법인세 20조1726억원으로 기록됐다. 이들 기업중 올해 산업훈장 수상기업은 단 하나도 없다.
◆ 국세청 "납세실적은 중요치 않아.. 자세한 공적은 비공개"
국세청에 따르면 납세자의 날 산업훈장 선정 기준은 ▲세법, 기업회계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성실하게 신고·납부해 국가 재정에 크게 기여한 자 ▲적은 수입으로도 자기 몫의 세금을 성실히 납세해 타의 모범이 되는 자 ▲건전한 납세의무 이행과 함께 일자리 창출, 미래 성장동력 확충, 물가안정 등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자 등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가재정 기여도 기준만으로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고 있으며 일자리 창출, 국가경쟁력 강화, 선진납세문화 정착에 기여한 납세자를 후보자로 추천하고 있다"며 "모범납세자 선정관 관련해 납세자로부터 사전 동의를 얻은 항목(상호, 대표자 성명, 공적) 외에는 납세자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자료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 납세자의 날 맞나.. "고용창출은 고용노동부에서 상 줘야"
국세청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훈장기업 선정에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납세자의 날 수상을 통해 성실납세풍토를 조성한다는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납세실적은 '찬밥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한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고용창출은 고용노동부에서 상주고 사회공헌활동 역시 다른 부처에서 따로 상을 주고 있는데 납세자의 날 수상에 이런 기준이 들어와 있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며 "납세자의 날은 성실납세가 핵심이고 납세실적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다른 지표는 참고자료는 될 수 있지만, 수상의 이유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납세실적 이외의 요인으로 상을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다른 공적이 다른 기업에 비해 딱히 뛰어나다는 점을 찾기도 힘들다.
국세청에 따르면 쌍곰과 국보디자인은 오랜 기간 업을 유지해 온 것이 수상 이유고, 다른 기업들도 국가경쟁력,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두루뭉술한 이유로 상을 받았다. 납세자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지표를 감추고 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조세 관련 전문가는 "수상 이유에 대해 설명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납세실적이 아닌 다른 공적이라면 납득이 될만한 지표나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공적 수치를 비공개로 해버리면 국민들은 주관적인 부분 많이 개입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회공헌 같은 공적은 뇌물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 납세자의 날에 납세실적이 우선이 아닌 수상기준도 문제지만, 다른 공적으로 상을 주면 합당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유효세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국보디자인이 29.0%로 법정 최고세율(25%)보다 4% 높았다. 이어 오성철강이 27.41%, 마프로는 13.9%, 와이제이씨가 11.1%, 쌍곰은 9.6%를 기록했다.
국세청은 금탑산업훈장 수상자인 쌍곰에 대해 40여년간 타일시멘트 접착제 한 길만 걸어온 기업이라고 소개하며 공적내용이 산업발전에 미친 영향이 크고 자기 몫의 세금은 성실히 납세해 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1127억원으로 전년대비 2%(22억) 증가했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96억원(40.9%↓), 법인세 9억원(72%↓)을 공시했다. 법인세 유효세율은 9.6%로 집계됐다.
국세청은 국보디자인에 대해선 30년 이상 축적된 실내건축 노하우를 통해 실내건축 시공능력 평가 1위에 오른 중견기업이라며, 매출 신장으로 국가재정에 기여하고 장학사업, 참전용사 지원 등 사회공헌에 동참해 은탑산업훈장을 수여하게 됐다고 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3347억원으로 전년대비 13.3%(393억원) 증가했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272억(14.6%↑), 법인세는 79억원(19.6%↑), 법인세 유효세율은 29%다.
국세청은 이 회사는 소성용 특수내화물을 개발, 국산화하여 수입대체하는 등 국가경쟁력 강화와 지역사회 고용창출 확대 등에 기여해 동탑산업훈장 수상 이유를 밝혔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600억원으로 전년대비 25.6%(122억원) 증가했고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65억원(8.5%↓), 법인세는 7억원(16.4%↑), 법인세 유효세율은 11.1%다.
국세청은 이 회사는 꾸준한 수출 및 매출 증대로 성실경영과 투명한 회계처리 성실납세를 통해 국가 재정에 기여해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 2017년 '제54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2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바 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494억원으로 전년대비 4%(21억원) 감소했고,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34억원(39.6%↓), 법인세 5억원(53%↓), 법인세 유효세율은 13.9%다.
국세청은 경창산업에 대해선 제품개발, 생산성 향상에 집중투자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업체라고 소개한 뒤 성실납세를 통해 국가재정 확보에 기여해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크레탑 자료에 의하면 2021년 매출액은 201억원으로 직전년도(2020년) 대비 20.8%(35억원) 증가했다. 세금과공과금으로 2020년, 2021년 각각 약4천7백만원, 약4천만원을 납부했다.
국세청은 오성철강도 꾸준한 매출을 실현, 지역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투명한 회계처리와 성실납세를 통해 국가 재정에 기여해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1319억원으로 전년대비 19.4%(215억원) 증가했고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10원(81.8%↓), 법인세 3억원(73.9%↓), 법인세 유효세율은 27.4%다.
지속적인 설비투자로 고용창출과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이차전지 분야의 기초소재를 공급하여 국내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고 성실납부로 국가재정에 기여해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관세청에서 추천한 기업이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5624억원으로 전년대비 20.4%(955억원) 증가했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113억원(33%↓), 법인세는 마이너스 65억원을 공시해 법인세 부담액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