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간호법 거부권, '갈등 증폭'시켜" vs 정부 "의료현장 혼란 최소화해 결정"

간호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 등을 반대하는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부분 파업을 진행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4일 "간호법은 가장 대표적인 여야 공통공약"이며 "거부권 행사는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거부권 건의 여부에 대해 "우선 의료현장의 상황을 잘 체크해야 하고, 찬반 단체,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 부처, 여당과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간호법과 5.18 정신 헌법 전문 삽입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여야 공통공약"이라며 "여권의 대표적인 인사들의 육성으로,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라고 하는 육성이 그대로 지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도 "현재 국민의힘은 거부권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것은 완전한 자가당착의 길이 될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 수석부의장은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간호법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한 것들이 최근 영상을 통해서 알려지고 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 원희룡 국토부 장관 등이 '의료법으로는 안 된다', '간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은 윤석열 후보의 뜻이다'라는 반복 강조를 한 것들이 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들이 간호법을 발의하고 자신들이 반대 토론하고 표결에는 퇴장해버리는 이런 정치 코미디가 정치 불신과 사회 갈등을 낳는 주범"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이 대선 때 한 약속과 달리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것은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에 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국회의 잘못된 태도가 직역 간의 갈등을 야기하고 국민들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하는 사실을 직시하고 국힘은 태도를 바꾸라"고 촉구했다.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도 "윤 대통령이 하려면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할 수 있는 명분이 뭐가 있을지 참 의아하다"며 "어떤 명분으로 거부권을 행사하신다고 하는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중재의 문제가 아니라 법안을 충분히 논의해 통과하는 것"이라며 "중재가 아니라 너무 오래 토론을 했기 때문에 중재를 안 했다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이날 '간호법 제정은 윤 대통령의 공약이 아니다'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공식 유튜브를 통해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영상과 발의에 동참한 여당 의원 46명의 이름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11일 윤 대통령은 "간호협회의 숙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로 오게 되면 공정과 상식에 맞게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간호법 제정을 공약한 바 없다"며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간호사 처우 개선에 대한 원칙을 선언했다"며 "이에 정부와 국민의힘은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수립하는 등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 간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부권 건의, 의료현장 혼란 최소화해서 결정"

  반면 정부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관련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하면서 건의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중요한 건 건의 여부 결정 기준"이라며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충실히 지킬 방안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서 결정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실질적인 내용 변화 없이 의료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또 "부모 돌봄도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의 협업으로 이루어져야 되는데 간호사의 역할만 강조되다 보면 올바른 돌봄 체계 구축이 힘들다는 점"이라며 "마지막으로는 같은 간호인력인 간호조무사를 차별하는 법"이라고 반대 근거를 들었다.

간호법 제1조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의협에서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간호법에 지역사회 문구가 들어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의료법에서는 지역사회에 대한 문구가 없고 간호법에만 들어가다 보니까 지역사회에서의 의료 돌봄 업무가 간호사만의 영역이라고 오해할 수가 있다"며 "의사뿐만 아니라 많은 보건의료단체들이 본인의 영역 축소를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요양기관, 가정간호, 돌봄 등의 여러 기능 등의 재조정, 그리고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간호법 제정이 최선의 대안이 아니다. 대신 의료법 체계 내에서 의료법과 관련법을 개정을 하고 혁신이 필요하고 이것이 추진돼야 된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또 "간호사분들이 지역사회 돌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혼자서 하실 수 있는 일은 제한되어 있다"며 "요양보호사도, 의사의 처방도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시스템 전반으로 봐야 되지 간호법 제정만 한다고 해서 제대로 작동이 안 된다. 새로운 돌봄 체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조무사 고졸 학력 상한에 대해서도 "다른 법률을 보면 유례를 찾기가 어렵다. 학력에 하한을 규정하는 법은 많은데 상한을 규정하는 것은 없다. 개선돼야 된다"며 "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간에 단 한 차례도 공식적인 협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재안과 관련해선 "간호법안에 담긴 업무, 역할 부분 등은 의료법에 두고 처우 개선 부분은 남기되 강화하는 방안으로 중재안을 만들었지만, 간호사 단체는 한 글자도 못 고치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 다른 직역도 강경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간호법으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고, 그다음 어떻게 하면 우리 의료가 발전될 수 있는지 고민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보건복지의료연대(의료연대)는 3일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간호법 제정안이 간호사의 단독 개원이나 소수 직역 침범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이번 규탄대회에는 의사, 간호조무사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참여했으며 민주당사까지 가두행진을 한 뒤 해산했다. 이들은 "오는 11일 제2차 연가투쟁을 진행하고 17일 전면 연대 총파업에 나설 것을 결의한다"며 전면 투쟁을 예고했다.